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년 6개월째 점령한 이라크 팔루자에서 지난주 극적으로 탈출한 후세인 압도 나시에프 씨(60)는 도시의 참담한 실상을 아랍 매체 알자지라에 이렇게 털어놨다. 최근 이라크 정부군과 연합군의 팔루자 탈환 작전이 시작되자 이 틈을 탄 주민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팔루자를 탈출한 민간인은 624가족 3700여 명에 이른다. 알자지라가 1일 보도한 탈출 주민 4명의 증언에는 그동안 IS가 팔루자에서 벌여온 만행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이라크 군인이었던 나시에프 씨는 “그때도 이렇게 잔인한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IS는 수염을 밀거나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주민을 참수했다. 또 시신을 빌딩 옥상에서 떨어뜨리거나 길거리에 방치했다. 주민들에게는 처형 장면을 직접 보도록 강요했다. 처형장에 못 간 주민은 마을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끔찍한 장면을 봐야 했다. IS는 처형 동영상을 CD에 담아 모든 집에 보내주기도 했다.
IS는 폭격을 피하기 위해 민가에 군대를 배치하며 5만 팔루자 주민을 인간 방패로 쓰고 있다. 이라크군이 팔루자를 완전히 포위하고도 시가전에 돌입하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주 팔루자에서 탈출한 무함마드 압바스 잣삼 씨(52)는 “IS는 민간인들이 사는 집과 길거리에 군대를 배치했다”며 “그들은 군사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마을 주민 사이에 숨어서 주민들을 인간 방패로 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군이 팔루자를 둘러싸고 포위망을 좁혀 가면서 보급로가 완전히 끊기는 바람에 도시 전체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밀가루 한 포대가 850달러(약 100만 원)에 팔리고,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다 절망해 자살하는 주민들도 속출하고 있다. 식량이라 부를 만한 건 잔디와 마른 대추야자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부족한 형편이다. 수라야 아부드 자이단 씨(54·여)는 “많은 주민이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가 팔루자 진격 작전이 시작되면서 탈출할 용기가 생겼다”며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IS는 세력이 약해질수록 인구 확보에 필사적이다. IS는 이라크군에 빼앗긴 알헤시(팔루자 도심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변두리 지역)에 살던 주민을 강제로 팔루자 도심으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일부 주민을 참수하며 이주를 강요했다. 주민이 탈출할 낌새만 보여도 공개 참수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게 탈출에 성공한 이들의 전언이다. 유니세프 이라크지부가 1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IS는 군인이 부족해지자 소년병까지 징집하고 있다.
이라크군은 탈주민 사이에 IS 전사가 숨어들까 봐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알자지라가 보도한 마지막 탈출 주민인 사피아 자심 사우드 씨(57·여)는 딸과 두 손자와 함께 지난달 28일 팔루자를 탈출해 이라크군 기지로 들어갔다. 하지만 동행했던 그의 사위는 따로 붙잡혀 IS와의 연관성이 있는지 심문을 받고 있다. 사우드 씨는 “사위가 붙잡힌 지 3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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