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받은 오바마… 성명서만 읽고 회견장 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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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상 최악 총기테러]
‘임기말 50% 지지율’ 순항하다… 사상 최악 총기 난사에 당혹
넋나간 표정으로 질문도 안 받아

일요일인 12일 오후 1시 50분경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기자회견장.

예정보다 20여 분 늦게 나타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사진)은 약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지지율 50%대를 유지하며 레임덕을 모르던 그가 임기 말에 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를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라고 규정하며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슬픔과 분노, 우리 국민을 지키자는 결의로 함께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배후에 대해서는 “용의자가 누구인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용의자가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등 테러 유관 부처 핵심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모아 조속한 사건 배후 파악을 지시했다. 중국 출장 중인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도 급히 귀국시켰다.

임기 말에, 그것도 ‘이슬람국가(IS)’가 연루된 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 터진 것은 큰 악재다. 2014년부터 IS 격퇴전을 치르면서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미 본토에 대한 IS 연루 세력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결과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도 예산에도 IS 격퇴전 명목으로 110억 달러(약 12조9000억 원)를 책정했다. 그는 “IS 격퇴를 위해선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거듭된 요청을 무시했다. 이에 공화당은 오바마가 요청한 ‘무력사용권’을 지금까지 승인하지 않아 정작 필요한 인력을 제때 보내지 못하는 등 IS와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이날은 5분간 성명만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기자들은 “이번 사건과 IS가 얼마나 관련이 있느냐” “IS 격퇴전을 보다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퍼부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IS 격퇴전과 대테러 정책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올랜도총기테러#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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