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무기로 부활한 ‘히틀러의 지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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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사하라사막에 1750만개 매설… IS가 캐내 사제폭탄으로 재활용

이집트와 리비아 지역의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이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과 영국군이 격전을 벌이며 사하라 사막에 묻어둔 지뢰를 캐내 사제 폭탄을 만드는 데 쓰고 있다. 1940년대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무기가 2016년 IS에 의해 부활해 지구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의 사막 지뢰 제거 작업을 이끌었던 파티 엘 샤즐리 전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IS가 1940년대 사하라 사막에 묻힌 지뢰를 캐내 사제 폭탄으로 재활용한 사례가 1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12일 보도했다. 샤즐리 전 대사는 IS가 올 3월 이집트 홍해 지역에서 군인 5명을 죽인 테러도 2차 대전 당시 매설된 지뢰를 개조해 만든 폭탄으로 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지뢰밭인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는 전 세계 지뢰 1억1000만여 개 중 2300만여 개(약 20%)가 묻혀 있다. 이 중 1750만여 개가 1940년대 나치군이 심은 지뢰로 알려졌다. 사하라 사막에 묻힌 지뢰는 이집트 북부에서 활동해 온 반정부 무장단체가 2004년 시나이 반도 북부 도시 타바의 리조트에서 34명을 죽인 테러에 처음 쓰였는데, IS가 2014년 이 일대를 장악한 이후 적극적으로 지뢰 캐내기에 나섰다는 게 샤즐리 전 대사의 설명이다.

IS는 리비아 동부 국경지대인 이집트의 마르사마트루흐에서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현지인 가이드를 고용한 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다니며 70여 년 전 지뢰를 캐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부 가난한 원주민은 직접 지뢰를 캐 무기 암시장에 팔기도 한다. 지뢰가 묻힌 사하라 사막 일대는 군인조차 기피하는 곳이라 IS의 피난처로도 활용되고 있다. IS는 리비아에서 밀수한 총기를 숨겨두는 데 지뢰 사막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집트 당국은 지뢰탐지기 700여 개를 미국에서 지원받아 1981년부터 지뢰 300여만 개를 제거했지만 여전히 2000만 개 가까운 지뢰가 묻혀 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is#나치#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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