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시리아 사태 해결의 국제사회 보증자 역할을 자처하며 3자회담을 가졌다.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적극 지원해온 러시아의 상대역을 맡았던 미국 등 서방은 배제됐다.
러시아와 이란, 터키 외교장관은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리아 평화협상 중재를 위한 3자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3개국은 알레포 사태를 포함한 시리아 내전의 평화적 해결을 중재하고 시리아 내 테러 단체를 척결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러시아와 이란은 아사드 정권을, 터키는 시리아 반군을 대변하는 국제사회 중재자 역할을 맡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반군에게 물자를 지원했던 미국의 역할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회담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의 시리아 정권 조력에 불만을 품은 터키 경찰이 안드레이 카를로프 주터키 러시아대사를 암살했지만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회담에 앞서 카를로프 대사 영정에 헌화하며 조의를 표했다.
3개국은 이번 회담에서 시리아의 평화 정착을 해치는 격퇴 대상 테러 단체로 ‘이슬람국가(IS)’와 반군의 일원인 파타흐 알 샴 전선을 포함시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정부군을 돕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터키 측은 반군 측 파타흐 알 샴 전선과 정부 측 헤즈볼라를 함께 제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러시아와 이란은 반대하고 있다.
파타흐 알 샴 전선은 과거 알카에다 연계 단체이긴 했지만 최근까지 알레포 동부지역에 주둔하며 반군의 일원으로 싸워 왔다. 반군 측을 대변해 온 터키가 이들의 격퇴에 동의했다는 건 그만큼 아사드 정권에 대한 강경 태도가 누그러졌다는 걸 뜻한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빠진 데 대해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서 슬슬 발을 빼려는 징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사태에 대해 일절 파병 없이 반군에 물자 지원만 하며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다. 중동 개입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이마저도 끊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3개국 회담 직후 러시아, 터키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시리아 평화를 위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정치적 대화의 재개는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