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차량 폭탄테러로 암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국왕 방문 직전 범인들을 체포하지 못했다면 김정남에 이어 또 자국에서 고위급 해외인사 암살이 벌어질 뻔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지난달 26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사진)을 암살하려던 예멘인 4명, 인도네시아인과 말레이시아인 등 2명, 국적을 밝히지 않은 동아시아인 1명 등 7명을 체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 중 2명은 2015년 시리아에서 IS로 투신한 말레이시아인 무하맛 완디 모하멧 제디와 교신하며 테러를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암살 계획은 현지 경찰이 지난달 21∼26일 쿠알라룸푸르 인근에서 범인들을 모두 잡아들이면서 무산됐다. 암살은 예멘인 1개 팀, 인도네시아인과 말레이시아인 1개 팀, 동아시아인 1개 팀으로 총 3개 팀이 나눠 맡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암살 작전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에 적대적인 IS 주도 아래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이 합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체포된 예멘인 4명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 소속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가짜 여권과 마약을 판매해왔다. 이들이 잡힌 집에서는 각기 다른 화폐로 6만 달러 상당의 금전이 발견됐다. 사우디는 예멘 내전에서 서방과 함께 정부군을 도와 후티 반군에게 폭격을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인과 말레이시아인 팀은 폭탄테러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는 역할을 맡았다. 인도네시아 출신 범인은 과거 시리아로 입국하려다 터키로 추방됐던 전력이 있다. 동아시아인 범인은 2011년부터 학생 비자로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현지를 접선지와 피난처로 활용하는 지역 테러단체와 연계된 인물이다. 사우디 국왕이 현지를 방문한 지난달 26일 당일까지 체포 작전을 편 할릿 경찰청장은 “아슬아슬하게 때를 맞췄다”고 말했다. 살만 국왕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고 9일까지 발리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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