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을 사흘 앞두고 수도 파리 중심가에서 이슬람국가(IS)의 총기 테러가 일어나면서 ‘어느 후보가 충격 받은 민심을 더 잘 달랠 수 있느냐’에 따라 수백만 명의 부동표가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은 강경한 안보를 주장해온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와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르펜은 평소 반(反)이슬람, 난민 제한, 국경 폐쇄 등 강경한 반테러 정책을 주장해왔다. 그의 극단적 성향을 불안해하는 유권자들은 안보를 강조하면서도 총리를 지내며 경륜을 갖춘 피용을 선택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르펜은 21일 즉시 유럽연합(EU)과의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테러 감시 리스트에 오른 모든 외국인을 추방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르펜은 “우리를 향한 이 전쟁은 끊이질 않고 잔혹하다”며 “테러 배후에 있는 기괴한 전체주의적 이념을 깨부수자”고 반이슬람 정서를 자극했다. 또 “이제 순진해지는 건 그만둬야 할 때”라며 당선되면 강도 높은 반이민 정책을 펼 것임을 예고했다.
피용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이슬람 전체주의와 싸우는 것이라며 집권하면 외교정책 1순위로 IS 섬멸을 내걸겠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전쟁으로 묘사하며 “우리가 이기느냐, 그들이 이기느냐 둘 중 하나”라고 안보 표심을 파고들었다. 39세의 경제장관 출신으로 지지율 선두인 중도파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경험이 없어 안보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데 앞장섰다. 당선되면 대IS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통령 직속으로 두고 반테러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테러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마크롱이 24%로 선두를 달렸고 르펜이 21.5%로 2위였다. 중도우파 피용(20%)과 극좌파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후보(19.5%)가 바싹 추격하면서 23일 열릴 1차 투표에서 누가 1, 2위를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에 사살된 테러범 카림 쇠르피(사진)의 차 안에선 산탄총과 칼, 신분증 등이 발견됐다. 그는 2001년에도 경찰을 향해 총을 쏜 전과가 있어 실형을 살았고, 불과 두 달 전에도 경찰 살해 모의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001년 경찰 2명을 포함해 3명에게 총을 쏴 살인미수 혐의로 2003년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가 2005년 징역 5년으로 감형됐다. 당시 사건을 다룬 르파리지앵 기사에 따르면 그는 훔친 푸조 차량을 타고 가다가 비번인 경찰이 타고 있던 차량과 교통 문제로 시비가 붙어 경찰과 동승한 형제에게 총을 쏘고 도주했고, 이후 체포돼 조사받으면서도 다른 경찰의 총을 훔쳐 또다시 3발을 쐈다.
그가 올해 2월에도 경찰을 살해하려 한다는 제보에 따라 체포돼 모(Meaux) 경찰서에서 신문을 받다가 증거 부족으로 석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허술한 감시체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인에게 “경찰을 죽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공범을 추적하는 가운데 벨기에에서는 한 남성이 “테러 이후 내 신상이 용의자 1순위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있다”며 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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