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카지노 총격-방화… 한국인 1명 등 38명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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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가 2일 새벽 필리핀 수도 마닐라 인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근처의 복합 리조트인 ‘리조트 월드 마닐라(RWM)’에서 일어난 총격·방화 사건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총 38명(고객과 직원 37명, 범인 1명)이 숨진 이번 사건 사망자 중에는 40대 한국인 남성도 포함돼 있다. IS 배후 테러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 남성은 IS 테러에 의한 첫 번째 한국인 희생자가 된다.

IS는 공식 선전 매체인 아마끄를 통해 “IS 전사가 공격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고 2일 CNN이 보도했다. 최근 필리핀 정부는 자국 내 대표적인 무슬림 거주지역인 민다나오섬에 계엄령을 선포한 뒤 IS 추종 반군 단체인 ‘마우테’에 대한 대대적 소탕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IS나 동남아 거점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필리핀에 대한 대규모 테러를 기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와 연관되지 않은 단순 강도 사건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RWM에 복면을 쓴 괴한(남성)이 침입해 카지노의 대형 TV 스크린을 향해 소총을 쏘고, 테이블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다. 범인은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망자들이 모두 방화로 인한 연기 때문에 질식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지노는 창문이 없고,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출입구도 다른 오락시설에 비해 작은 편이다.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와 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한국인 사망자는 사고 현장에서 대피한 뒤 휴식을 취하다 사망했고, 사인은 심장마비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5명을 포함해 최소 54명(일부 언론은 70명 이상으로 보도)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들의 부상 정도는 경미한 편이다. 범인은 카지노 근처의 호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카지노 물품 창고에서 1억1300만 페소(약 25억5700만 원)어치의 칩을 챙겨 달아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카지노 칩은 해당 카지노에서 돈으로 바꿀 수 있다. 필리핀 경찰이 이번 사건이 IS와 상관없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도 범인이 카지노 칩을 챙겼다는 점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필리핀#is#총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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