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테러범 “범행 저질러 기분 좋아”… 트럼프 “사형 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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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1년 전부터 테러계획 세워… 될수 있는한 많이 죽이려 트럭 선택
비자 추첨제로 美영주권 획득… 트럼프 “추첨제는 미친짓” 폐지 밝혀

미국 뉴욕에서 트럭을 몰고 행인에게 돌진해 8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즈베키스탄 이민자 사이풀로 사이포프(29)가 ‘비자 추첨제’를 통해 영주권을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제도의 폐지를 다짐했다. 테러 여파의 불똥이 미국 이민 준비자들에게 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테러리스트가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의 작품인 비자 추첨제를 통해 입국했다”며 “나는 ‘메리트 베이스(Merit Base)’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자 추첨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미친 짓을 멈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비자 추첨제를 가능한 한 빨리 없애야 한다”고 폐지 의지를 밝혔다.

미 영주권은 △가족 초청 △현지 고용 △추첨제 등을 통해 연간 105만 명에게 발급되고 있다. 인종적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운영되는 추첨제는 최근 5년간 미국 이민이 5만 명에 미달하는 국가 출신자들로부터 신청을 받은 뒤 무작위 추첨으로 5만 개의 영주권을 발급한다. 미국 이민이 많은 한국 중국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 19개 국가 출신에게는 추첨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하려는 메리트 베이스 시스템은 이민 신청자들의 학력과 경력, 영어 능력 등 미국에 대한 향후 기여도를 예측해 영주권을 발급하는 방식이다. 결국 현행 추첨제로 자격 미달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다고 보고, 다양성을 희생하더라도 능력 있는 외국인에게만 선별적으로 이민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주권 발급 대상을 향후 10년 안에 단계적으로 54만 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 추첨제까지 폐지되면 미국 이민의 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트럭 돌진 테러를 수사 중인 뉴욕남부지검은 사이포프를 테러 혐의로 1일 기소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사이포프는 범행 1년 전부터 테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으며 2개월 전 ‘최대 살상’ 효과를 얻기 위해 트럭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경찰이 압수수색한 그의 휴대전화에선 이슬람국가(IS) 관련 영상 90여 개와 사진 3800여 장이 쏟아져 나왔다. IS 대원들이 죄수를 잔혹하게 살인하는 영상 및 사진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피해 규모가 더 확대될 뻔한 정황도 확인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사이포프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핼러윈 데이를 범행 날짜로 선택했으며, 9·11테러 현장 근처에서 1차 공격을 마친 뒤 뉴욕의 또 다른 관광명소인 브루클린브리지로 이동해 2차 공격을 감행할 계획이었다. 범행에 사용한 차량 안에서는 그가 미처 사용하지 못한 칼도 몇 자루가 발견됐다.

입원 중인 병원에서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사이포프는 “병실에 IS 깃발을 걸어도 되느냐”고 묻고 “(범행을 저질러)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등 뉘우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이포프의 이 같은 행동을 거론하며 “관타나모 수용소에 보내고 싶지만 오래 걸린다. 사형 선고로 빠른 처분을!”이라고 적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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