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란 무장단체 잇단 보복 선언
미국과 이란의 극한 대립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은 물론이고 중동 각지의 친이란 성향 무장단체는 잇달아 3일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숨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천명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등 미국 동맹국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흐센 레자이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5일 트위터에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한 이란의 보복에 대응하면 미국의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 텔아비브, 하이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가세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도 이날 “솔레이마니의 사망에 대응하는 것은 이란만의 책임이 아니라 동맹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기지, 전함, 군인들을 포함한 중동 내 미군이 공정한 표적”이라며 “미군을 몰아내는 것이 최우선이며 미국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의 외교공관 밀집 지역인 안전지대(그린존)에 3차례 포탄 공격이 가해졌다. 이 중 한 발은 미대사관과 가까운 티그리스 강둑 위에 떨어졌다. 하루 전에도 미대사관 인근에 박격포 2발이 떨어졌다.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시아파는 아니지만 ‘반미’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특히 미국이 당분간 중동 정책의 최우선을 이란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알샤밥 등 수니파 무장단체를 격퇴하기 위한 대테러 활동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공백으로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테러범들이 활개 칠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와 시리아의 미국 주도 국제동맹군이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내 미군기지를 보호하기 위해 IS를 겨냥한 대테러 활동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9·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의 하부조직 알샤밥은 IS의 힘이 빠진 틈을 타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5일 알샤밥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동쪽으로 약 470km 떨어진 라무의 미군기지를 공격해 미국인 3명이 숨졌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28일 인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도 차량폭탄 테러를 저질러 9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의 미국 우방국들은 이란과 충돌을 우려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카타르와 오만 등 미-이란 양측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가진 국가의 중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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