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에 이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도 합류하기로 했다고 이들 나라 정부가 16일(현지 시간) 밝혔다. 참여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아오던 호주도 입장을 바꿔 가입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더 많은 나라가 AIIB에 관심을 가질수록 호주도 참여를 결정하는 게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뜻을 가진 국가들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자석처럼 미국의 우방들을 끌어당겼다”며 “이는 21세기 미중 간 권력이동의 신호”라고 풀이했다.
동맹국들이 줄줄이 동참을 선언하면서 미국이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전해지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조차 “우리도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대표적 정책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아시아연구국장은 “미국도 참여해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내부 비판자 기능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개국은 지난해부터 가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미국의 반대와 이에 동조하는 듯한 영국의 태도 때문에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이 전격적으로 가입 선언을 함으로써 서둘러 동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요 7개국(G7) 중 유럽 4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이 미국과 AIIB 문제로 갈라선 형국이 됐다.
한편 일본은 가입을 유보하기로 했다. 1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AIIB의 융자심사 능력에 대한 의문 △공정한 운영에 대한 불안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국제금융기구와의 충돌 등을 우려해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일본인인 다케히코 나오코 ADB 총재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DB만으로는 아시아의 인프라 개발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AIIB가 (ADB에 대한) 도전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DB와 AIIB가 경쟁 관계보다는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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