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가입의사를 밝힌 것을 계기로 한국이 이달 안에 AIIB 가입의사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제기해온 중국의 ‘AIIB 독단경영’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18일 “현재 AIIB 가입과 관련해 주요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관계부처 간 논의를 통해 경제적 득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 AIIB 가입 의향서를 보낸 영국 등을 통해 AIIB의 지배구조와 투자방향 등을 확인한 뒤 한국의 가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이 AIIB에 참여하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의 AIIB 가입을 반대하면서 지적해온 문제점들이 유럽 주요국의 참여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AIIB의 핵심인 이사회가 상근이사를 둔 상임체제가 아니라 ‘비상임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중국이 임명한 집행부와 이들의 지휘를 받는 사무국이 사업결정권을 장악할 경우 비상임이사회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대거 AIIB 회원국으로 참여하면 중국이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장악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비상임이라도 영국, 프랑스가 지분에 따라 선임한 이사들이 중국의 무리한 투자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AIIB 내 서방 회원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환경 및 인권과 관련된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AIIB를 통해 대규모 개발을 빠른 속도로 추진할 경우 자연파괴나 근로자의 권리를 간과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중국이 제시한 시한인 이달 말을 넘기면 AIIB 창립 회원국으로서의 자격과 권한을 인정받지 못해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는 점을 들어 가입을 서두르자는 분위기도 정부 내에서 감지된다. 초기멤버로 참여하면 AIIB가 투자하는 국제 인프라 공사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지만 가입 시기를 놓치면 이런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한국이 AIIB에 가입할 경우 한국 정부 관계자가 부총재 자리를 맡도록 하는 등의 요구안을 중국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한국이 AIIB 가입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관련 부처가 모여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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