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IB 부총재자리 날아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9일 03시 00분


AIIB, 재무담당 부총재직 신설… 프랑스 출신 롱게마르 선임
홍기택 인선 책임론 거세질듯

한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을 결국 잃게 됐다. 4조 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고 부총재직을 확보했지만, 홍기택 최고리스크책임자(CRO) 부총재(전 KDB산업은행 회장)가 돌연 휴직하면서 자리까지 잃게 된 것이다.

AIIB는 8일 재무담당 부총재직(Vice President-Finance)을 신설하고 후보자를 공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반면 홍 부총재가 맡아온 CRO 직위는 국장급(Director General-Risk Management)으로 격하시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AIIB가 프랑스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의 부총재를 지낸 티에리 드 롱게마르를 CFO로 선임한다고 밝힌 만큼 이번 공개채용 절차는 요식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IB 부총재는 5명으로 한국 외에 영국, 인도, 독일, 인도네시아에서 1명씩 배출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한국 대신 프랑스가 부총재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AIIB는 이날 CRO 직위를 국장급으로 낮추면서 한국 정부에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AIIB가 국제 금융기구인 만큼 정치적 사안으로 보복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홍 부총재 인선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홍 부총재는 현재 AIIB에 6개월간의 휴직을 내고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재는 새로운 부총재 인선이 마무리되면 사직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홍 부총재의 사직 처리가 끝나면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7억 달러(약 4조3400억 원, 5년 분납)의 분담금을 낸 한국의 AIIB 지분은 3.81%로 전체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많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aiib#부총재#홍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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