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中日관계 모두 일본 탓… 美는 악인에게 나쁜 관용 베풀어”
헤이글 日두둔 발언 작심 비판… 기자회견장 충돌로 분위기 싸늘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이 8일 베이징(北京)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통상 회담 뒤 열리는 기자회견에서는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 차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지만 이날 미국과 중국의 국방 수장들은 정면충돌에 가까운 입씨름을 벌였다.
헤이글 장관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겨냥해 “중국이 영유권 갈등에 있는 섬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권리가 없다”며 “이는 긴장과 오해를 증가시켜 위험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중국을 몰아세웠다. 헤이글 장관은 이 발언을 하면서 손가락을 가로젓기도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중일 갈등과 관련해 일본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에 창 부장은 “중국은 댜오위다오(釣魚島)와 난샤(南沙)군도에 논쟁의 여지 없는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영토 문제에 타협도, 양보도, 거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 치의 땅도 침범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창 부장은 또 “중국군은 영토 수호의 임무가 있으며 어떤 위협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고 당과 인민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 나가 싸울 것이고 싸우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 부장은 “매우 심각한 중일 관계의 책임은 모두 일본에 있다”며 “미국은 일본을 단속해야 하며 일본에 지나친 관용을 베풀어 나쁜 일을 하도록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 측을 훈계하기도 했다. 헤이글 장관은 전날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에 자신이 승선한 사실을 예로 들며 양국 군이 보다 개방적이어야 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은 각자의 사이버 역량을 좀 더 공개해야 한다. 이런 공개만이 오판을 부를 오해를 줄일 수 있다”며 지지 않고 맞섰다.
판창룽(范長龍)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기자회견장에서 많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헤이글 장관에게 “장관이 (하와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방포럼과 일본에서 한 발언은 매우 거칠다(tough)”며 “나와 중국인들은 그런 말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직접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기자회견 충돌로 양국 장관이 회담에서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7개 공동 인식’에 합의한 내용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편 헤이글 장관은 이날 국방대학 강연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공통의 이익”이라며 중국에 보다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 같은 도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하고 주민들을 억압하는 (북한) 체제를 계속 지지하는 것은 결국 중국의 국제적 지위에 상처를 입힐 것”이라며 중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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