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잇달아 유혈 충돌 사태가 발생하는 등 우크라이나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28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 내린 2,003.49,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0.98% 하락한 14,288.23엔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도 외국인이 1000억 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전 거래일보다 2.40포인트(0.12%) 내린 1,969.26으로 장을 마쳤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심화될 경우 국제 에너지가격이 요동치고 글로벌 금융시장도 급변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미국 유럽의 러시아 추가 제재 임박
올해 3월 18일 크림 반도가 러시아에 귀속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달 들어 친(親)러시아 무장세력의 도발로 재점화됐다. 이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우크라이나에서 잇달아 유혈 충돌이 발생하자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순방 중인 말레이시아에서 27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조만간 러시아 은행과 국영기업으로 제재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과 EU의 경제제재에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중단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유럽은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유럽의 최대 곡물 수출국으로 러시아 크림 반도에 있는 항구를 통해 곡물의 10%가량을 수출한다. 이런 러시아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맞대응할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는 한편 세계 교역과 투자가 위축되고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
러시아가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크지 않지만 유럽 은행들의 러시아 익스포저(위험노출액·대출, 보증 등으로 금융권과 연관된 금액)는 높은 편이다. 국제금융센터 박미정 연구원은 “한국이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지만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경우 증시 등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 악화되는 러시아 경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러시아 경제도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국내외 투자자들이 루블화 자산을 팔아치우면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 최근까지 9% 가까이 하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빠져나가는 외국자본을 잡고 수입물가 상승도 억제하기 위해 25일 기준금리를 7.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금리 상승으로 러시아의 실물 경기도 위축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러시아에서 국내외 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 바로 윗 단계인 ‘BBB―’로 내렸다.
이 때문에 당분간 러시아와 유럽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러시아 RTS지수는 연초 이후 22%나 하락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22일 기준 연초 이후 러시아 펀드 수익률은 ―18.79%로 중국(―6.06%), 인도(8.60%), 브라질(3.90%) 등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요 신흥국 중에서도 수익률이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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