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갔던 홍콩 도심 점거 사태가 3일 새벽(현지 시간) 시위대와 정부가 대화 재개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지만 강경파가 정부청사를 계속 포위하고 시위대와 반대파가 맞부딪치는 등 긴장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은 시위대가 제시한 사퇴 시한(3일 0시)을 불과 30분 남기고 기자회견을 열어 “캐리 람(林鄭月娥) 정무사장(司長·총리 격)이 이른 시일 안에 학생 대표와 만나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퇴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시위대는 렁 행정장관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였다. 대학생 모임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는 “정치개혁에 중점을 두고 정부와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성명을 냈고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도 “대화가 정치적 교착상태에 전환점을 제공하기 바란다”고 수용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정부청사 등 주요 지역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그대로 유지했다. 공무원들이 정부청사에 들어갈 수 없자 홍콩 정부는 이날 청사를 일시 폐쇄하고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하지만 해법을 도출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측은 “되도록 빨리 만나겠다”고 했으나 대화 방식과 시기는 정해진 게 없다. 또 핵심 이슈인 2017년 행정장관 직선제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양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3일 “중앙정부에 대항하는 인물을 행정장관 후보로 올리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이날 1면 사설에서 “베이징의 결정은 필요하고도 유일한 결정”이라며 “홍콩 시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청사를 포위한 시위 강경파는 경찰에게 줄 음식 차량의 출입까지 통제하며 압박을 풀지 않고 있다.
한편 3일 오후 주룽(九龍) 반도 몽콕(旺角)에서는 마스크를 쓴 30여 명의 남성이 시위대의 텐트를 찢고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다 저지하는 시위대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를 향해 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위대원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
시위대는 “정부가 친중 성향의 깡패를 동원해 공격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도심을 막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는 비난도 점차 커지고 있다.
또 친중 단체들은 이번 시위의 상징인 노란 리본에 맞서 ‘인터넷 대연맹’을 결성해 ‘파란 리본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는 등 반대 움직임도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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