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흘간 계속되던 위안화 평가절하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중국발 환율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외부 충격에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14일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5% 내린(위안화 가치 상승) 6.3975위안으로 고시했다.
11일부터 전날까지 사흘간 이어지던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일단락되는 모습을 보이자 글로벌 증시도 안정을 되찾았다. 한국 증시는 휴장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27% 오른 3,965.33으로 거래를 마치며 이틀째 오름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4일 전날보다 소폭 하락(0.37%)한 20,519.45엔에 마감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3일(현지 시간) 전날보다 0.03% 올라 사흘 만에 반등했고, 프랑스 CAC40지수와 독일 DAX지수도 각각 1.25%, 0.82% 상승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11일(1.86%), 12일(1.62%), 13일(1.11%) 등 사흘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기습적으로 끌어내렸다. 중국 정부는 “시장의 실질적인 환율을 반영하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성장률 하락 등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발 환율 전쟁의 여파로 원-달러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런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처음 변경 고시한 11일 원-달러 환율은 하루 변동 폭이 24.8원에 이를 정도로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다음 날인 12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70원이나 오른 119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아시아 주요국과 신흥국 통화와 비교해도 큰 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초 이후 8월 13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은 5.1%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일본(―1.5%), 중국(―3.0%)은 물론이고 태국 밧(―4.3%), 호주달러(―4.1%), 싱가포르달러(―3.9%), 인도네시아 루피아(―3.4%) 등보다 하락 폭이 컸다.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국 금리 인상,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 등의 외부 충격에 대비한 카드를 더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계 투자은행 사이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8위안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이 7∼12일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7%가 “9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답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분간 대외변수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며 “상황에 맞춰 금리 인하 등의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구조 개혁 및 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