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는 지난 6월 11일을 고점으로 이후 두 달여 동안 40% 이상 급락했다. 그 여파로 한국 증시는 물론 세계경제가 휘청거린다. 중국 증시는 추락을 거듭할 것인가, 다시 반등할 것인가. 중국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연내 최고점을 기록한 6월 1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 만에 약 150% 상승한 5121.59포인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모두가 중국 증시 상승곡선에 취해갈 무렵 상하이 증시는 바닥을 모르고 급락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150% 상승한 상하이 증시는 54거래일, 그러니까 약 3개월여 만에 고점 대비 43% 하락했다.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 가속화 등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상하이 증시는 다시 소폭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3000선이 깨진 지난 8월 26일 2927.29포인트에서 현재 9%가량 반등했다. 그렇다면 중국 증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 주식시장은 시장경제 체제가 뿌리내린 국가의 주식시장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기업의 실적, 국가의 경기 현황, 투자심리, 유동성, 정책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요인 중 중국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바로 ‘정책’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전망하려면 무엇보다 주식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 스탠스를 살펴봐야 한다.
‘부양’에서 ‘안정화’로
6월 증시 급락 이후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명확했다. 지난 1년 동안 뜨거웠던 것처럼 증시 온도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6월 27일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거래수수료 인하, 130% 마진콜(신용계좌의 담보유지 비율이 130% 이하일 경우 추가담보 요청) 규정 취소, 21개 증권사 증시안정화 기금(1200억 위안 규모)의 우량주 중심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IPO(기업공개) 중단, 대주주와 국유기업의 주식 비중 유지와 같은 적극적인 정책을 잇따라 쏟아냈고, 급기야는 부동산, 자동차 등을 담보로 증권사와 신용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처럼 사회주의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증시부양 정책을 모두 동원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보름 동안 20여 가지의 증시부양 정책을 동원했지만 상하이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증시부양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동안 중국 시장을 평가할 때 가장 긍정적인 요소의 하나로 꼽은 ‘정부 정책’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안감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 8월 중국 정부는 이어지는 증시 하락세에도 특별한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침묵하는 것처럼 보인 중국 정부는 정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증시 하락의 원인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 결과 갖은 증시 부양책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오히려 하락세를 이어가던 원인을 ‘꼬리’에서 찾았다.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 지수 하락의 원인이었다고 판단하고 증시 부양 대신 증시 안정화 노선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의 공매도 주범이던 선물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먼저 선물시장의 거래 시스템을 종전의 T+0(매입한 주식을 당일 매도할 수 있는 방식)에서 현물과 동일한 T+1(매입한 주식을 다음 날 매도할 수 있는 방식)로 전환했다. 또한 악성 공매도 투기자에 대해 1개월간 거래정지, 불법자금 공급사이트 적발 등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증거금과 거래수수료 상향 조정, 이상거래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선물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규제를 강화해 더 이상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즉, 지난 6월 이후처럼 과도하고 무리한 증시부양 정책을 펴기보다는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부터 바로잡아 증시의 방향성을 ‘변동성 축소’로 전환한 것이다. 中 증시 리스크의 실체
중국의 증시 급락과 경제지표 부진은 증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고, 이는 그간 증시 상승에 가려져 있던 리스크 요인에 대한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은 또다시 주식시장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거듭됐다. 물론 이들 리스크 요인이 중국 경기의 펀더멘털을 훼손할 정도라면 지금 시점에서 중국 증시의 방향성을 전망하고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전망하기에 앞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주요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리스크 요인은 지방정부 부채로 현재의 리스크를 2018년 이후로 지연시킨 상황이다. 올해 만기도래 예정인 2조7800억 위안의 채무 상환을 위해 중국 인민은행(PBoC)은 지난 5월부터 지방정부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채무를 상환해야 하는 규모만큼 채권을 발행하고, 부실한 지방정부 채권은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담보로 상업은행이 받아주는 것이다. 즉, 당장 채무 상환 불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2~3년 이후로 미뤄놓은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부동산 버블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파생되는 문제는 개인파산 및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개인의 파산보다는 부동산 개발업자(developer)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4년 기준으로 중국의 평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27.5%에 불과하다. 즉, 부동산 가격 하락이 ‘하우스 푸어’ 등 개인의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부동산 기업의 채무 상환이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기업 부채를 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을 통한 IPO와 증자를 기업 부채 상환용 자금조달 루트로 활용했다. 그러나 증시 급락으로 이러한 해결방안은 적용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기업 부채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부동산 기업의 문제부터 해결하려 나섰다. 지난 5월 첫 번째 주택의 LTV를 80%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9월 4일엔 두 번째 주택에 대한 LTV도 80%까지 상향 조정함으로써 부동산 경기의 리스크 요인을 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신탁상품의 98%가 4분기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적잖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공개시장 조작 등을 통해 단기 유동성 자금과 중기 유동성 자금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형 민간기업의 디폴트는 연쇄적인 문제보다는 개별 기업의 부실 이벤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발표 2개월 후
현재 중국 경기는 부진하다. 리스크 요인 또한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당장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준은 아니다. 기업들의 연쇄적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중국 주식시장 역시 전체 시스템의 리스크로 인식될 정도의 급락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렇다면 향후 중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주식시장은 사실상 ‘정책’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2014년 말 현재 비유통 물량을 제외하고 실제로 유통되는 물량 중 개인투자자의 보유 물량 비중은 60%, 거래량 비중은 84%에 달한다.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다보니 중국 증시는 기업 혹은 경기의 실질적인 펀터멘털보다는 정책과 뉴스에 민감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증시부양 정책은 중국의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 증시에서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심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증시 급락으로 인한 불안심리 확산에서 비롯됐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중국 증시는 증시 성공신화에 취해 있었다. 정부 당국도 여기에 장단을 맞추듯 주식시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장밋빛 발언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경기가 개선되거나 기업 펀더멘털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찾아온 증시 급락은 투자심리를 너무도 빠르게 꽁꽁 얼려버렸다. 이제 중국 증시가 정책만으로는 쉽게 움직일 수 없게 된 이유다.
이에 따라 향후 중국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은 경제지표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부양 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양로기금(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의 증시 투입 등 증시부양 정책에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중국 증시가 최근의 재정 정책,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 가속화 등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 경제지표의 개선이 확인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발표된다고 해서 실물지표가 바로 이를 반영해 반등하진 않는다. 정책 발표 이후 경제지표에서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까지엔 적어도 2개월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근 쏟아지고 있는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의 정책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은 11월은 돼야 그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함께 고려할 때 중국 증시의 방향성은 단기간 내에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경제지표의 방향과 동일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중국 증시가 급락하기 전에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EM(신흥시장)지수 편입이 무산되면서 중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인정’이 물 건너가자 투자심리가 한풀 꺾인 바 있다. 그렇다면 오는 11월 IMF(국제통화기금) SDR(특별인출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위안화가 IMF SDR에 편입되는 이슈가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입지가 확대된다면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단기 반등 때 분할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 증시는 상승 흐름을 탈 것이다. 글로벌 경기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입지를 고려할 때 중국 주식시장 역시 그 규모와 성장세가 경제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의 시가총액(상하이+선전)은 GDP 대비 약 80%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GDP 대비 시가총액 기준에서 합리적인 구간으로 평가되는 수준이 90~120%라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증시는 경제 규모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6월 증시 급락 이후 중국 증시는 투자심리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 매수와 차익 실현’으로 지속적인 변동성을 보여왔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중국 증시의 투자심리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경기 혹은 기업 실적 등 실질적 펀더멘털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욱이 한국 투자자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중국 본토 뉴스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증시 투자에 대한 적절한 대응전략 수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기존 투자자들에게는 중국 정부의 재정 정책 여력 확대,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 가속화 등 경기부양 정책이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분할매도할 것을 추천한다. 단기간 내에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는 중국 본토 투자자보다 중국 내 이슈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움직임의 이유를 파악하기 전에 발생하는 급등락으로 ‘저가 매수와 차익 실현’ 전략의 적절한 구사 시점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대적 열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기적 반등 시점에서의 분할매도 외에 특별한 대응전략은 없을까. 단기간 내 중국 증시의 변동성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우산’으로는 배당주 투자전략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기업들은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 정책적인 뒷받침도 시작됐다. 고배당 가치투자 주목
중국 재정부는 9월 7일 배당소득세 관련 정책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가 발행시장이나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주식의 보유기간이 1년이 넘으면 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개인소득세(20%)를 잠정 면제해주기로 했다. 보유기간이 1개월~1년 이내일 경우엔 주식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50% 면제해주기로 했다. 증시의 변동성을 줄임과 동시에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중국 증시에서 가치투자에 대한 의미가 확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아직 중국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인 가치투자를 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징적 의미를 내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배당주에 대한 투자전략으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본토 투자자 역시 고배당주에 대해서는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20%에 달하는 배당소득세를 면제해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단기 투자보다는 중장기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고배당주들은 다른 종목들에 비해 변동성이 작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중국 증시의 대표적인 고배당주로는 은행, 백색가전, 의류, 증권·보험, 철도, 자동차, 음식료 등을 꼽을 수 있다. 2014년 기준 상하이 증시와 선전 증시 상장사 2660개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0.73%에 불과하다. 그러나 개별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거리전자로 배당수익률이 17.3%에 달했다. 향후 중국 증시에서 우선적인 대응전략으로 고배당주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하늘 | 이베스트투자증권 선임연구원·중국경제 전문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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