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오후 4시 일본 미야기(宮城) 현 센다이(仙臺) 시. 지진해일(쓰나미) 경고 방송을 듣고 정신없이 달리던 재일동포 김일광 씨(41·사진)의 눈에 대피 장소인 나카노(中野) 초등학교가 들어왔다. 이웃들은 이미 대부분 대피한 뒤였다. 조금만 더. 김 씨는 부인 마유코(眞由子) 씨의 손을 잡고 길을 재촉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할 무렵 뒤에서 벼락이 치는 듯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쿠콰과광.” 돌아보니 10m 높이의 흙탕물 파도가 덮쳐오고 있었다. 김 씨는 부인을 끌어안으며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통 암흑천지였고 부인은 보이지 않았다. 팔을 내저으니 차가운 물이 느껴졌다. 나뭇가지와 기와 등을 헤치고 밝은 쪽으로 헤엄쳐 가니 둥근 금속 물체가 보였다. 초등학교 체육관의 농구 골대였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골대를 잡고 버티며 숨을 쉬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점차 물이 빠지면서 주변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체육관 안은 물살에 쓸려 온 자동차와 쓰레기로 뒤범벅인 상태였다. 시체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여기가 지옥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김 씨는 눈을 감았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이 지났다. 리히터 규모 9.0 지진과 쓰나미로 1만8500여 명이 사망하고 40만 동 가까운 건물이 피해를 입은 대참사였다.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파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재해로 가족과 집을 잃고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삶을 꿋꿋하게 이어나가는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원전의 현재 상황, 대지진이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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