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동북(東北)학’을 제창한 아카사카 노리오(赤坂憲雄·사진) 가쿠슈인(學習院)대 교수는 “동료 연구자 중 대지진 후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우울증에 걸려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된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가쿠슈인대 연구실에서 만난 아카사카 교수는 “강제로 고향을 버리고 피난해야 했던 일본인 중에서는 지금도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며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북지역에 대해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고 발전도 늦었던 지역”이라며 “200여 년 전에는 기근으로 마을이 사라진 곳에 불교의 일파인 신슈(眞宗) 신도들이 단체로 이민을 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근대화에 뒤처지다 보니 고향을 버리고 도쿄(東京) 등 대도시로 나온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의 아버지도 후쿠시마(福島) 출신이지만 도쿄로 와서 그를 낳았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고향인 동북지방을 연구 테마로 삼았다. 특히 대지진 이후에는 후쿠시마를 자신의 고향으로 받아들이고 재해 기록을 남기는 한편 부흥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12년 대지진 피해자 100명의 증언을 모아 ‘진혼과 재생’이라는 책을 냈다. 지난해에는 곽기환 도호쿠가쿠인대 교수와 함께 재일동포의 증언을 모아 ‘이향피재(異鄕被災)’를 출간했다.
그는 “재해 피해자들의 기록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재건해 나가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했다”며 “기록을 남기는 것이 다음 재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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