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총선이 자민당 압승으로 끝나자 언론의 관심은 일제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직후인 26일 꾸려질 ‘아베 2기 정권’ 진용에 쏠리고 있다.
아베 총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경제 외교 등 현재 일본이 위기상황에 처했다.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위기돌파형 내각을 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며 함구했다. 그는 한때 입각이 예상됐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을 유임시키겠다고 밝혔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그에게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도 맡기겠다는 의미다.
일본 언론은 예상 인선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은 아소 다로(麻生太郞·72) 전 총리. 마이니치신문은 아소 전 총리가 부총리를 맡으면서 재무상이나 외무상을 겸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아소 전 총리가 재무상을 맡을 것으로 관측했다. 사실상 ‘2인자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를 재무상에 발탁해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과의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는 풀이다.
아소 전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경선 때 파벌 수장으로서 가장 먼저 ‘아베 지지’를 선언해 새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일본의 전임 총리가 장관에 임명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는 1998∼2001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내각과 모리 요시로(森喜朗) 내각에서 대장상과 재무상을 잇달아 지낸 바 있다.
총리 비서실장 겸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에는 아베 총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간사장 대행을 임명할 것으로 점쳐졌다. 스가 간사장대행은 아베의 자민당 총재 경선과정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아베 총재는 국제금융전문가로 경제 과외선생인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 예일대 교수를 내각관방참여(총리실 보좌관)에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다 교수는 아베 총재의 무제한 양적완화 방침에 일본은행 총재가 반발했을 때 “아베가 모두 맞다”는 팩스를 아베 사무실로 보내기도 했다.
이 밖에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당 부총재와 우익 성향의 여성 논객 사쿠라이 요시코(櫻井良子) 씨, 교육개혁 중간보고서를 제출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의원과 예비 내각에서 차기 관방 부장관에 이름을 올린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의원도 입각이 거론되고 있다.
아베 총재는 2006∼2007년 총리 재임 중 측근을 중용해 ‘도모다치(友達·친구) 내각’을 운영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 이를 반성하기도 했지만, 언론 예상대로라면 여전히 측근 위주의 내각이 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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