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일간 신문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부정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NYT는 이날 '일본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의 관계보다 아시아의 안정에 더 중요한 관계는 없다고 전제하고 아베 총리는 한ㆍ일 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중대한 실수(serious mistake)로 자신의 임기를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극우 국수주의자인 아베가 최근 산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다른 나라의 여성들을 '성노예'(sex slaves)로 강요한 것을 포함해 2차대전 당시의 침략 행위를 사과한 1993년의 고노 담화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사설은 고노 담화는 일본군이 수천명의 여성을 성폭행해 노예로 만든 것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이러한 잔혹 행위에 대한 철저한 사과를 구한 것이며, 무라야마 담화는 식민 지배와 침략으로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데 대해 폭넓게 사죄한 내용을 담았다고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타임스는 아베 총리가 전임 내각(2006~2007)이 성노예로 살았던 여성들이 강요당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을 기존 담화 수정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지난주 "아베가 고노 담화는 수정해도 무라야마 담화는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아베가 기존 담화를 어떤 방향으로 수정할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과거의 침략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피력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범죄'(crimes)를 부정하고 사과를 희석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일본의 짐승 같은 전시 지배로 고통을 겪은 한국과 중국, 필리핀 등의 분노를 촉발할 것이며 특히 아베의 '수치스런 충동'(shameful impulses)이 북한 핵 문제 등의 지역 이슈에서 중요한 협력관계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임스는 이러한 수정주의가 과거사에 대한 '눈속임'(whitewashing) 대신 장기 침체에 허덕이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할 일본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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