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모리가 총리공저에서 귀신 봤다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3일 03시 00분


■ 방송서 언급… 유령괴담설 증폭
1932년 총리피살이 괴담의 발단 “한밤 군화소리”… 증개축해도 입주 기피
아베도 5개월 넘게 자택서 출퇴근

귀신이 출몰한다는 괴담이 퍼진 일본 총리 주거용 공저(앞 건물)와 업무 공간인 관저(뒤 건물). 아사히신문 제공
귀신이 출몰한다는 괴담이 퍼진 일본 총리 주거용 공저(앞 건물)와 업무 공간인 관저(뒤 건물). 아사히신문 제공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퇴근 뒤에 거주하는 공저(公邸)에 귀신이 출몰한다는 얘기를 “전직 총리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밝히면서 일본 사회에 또다시 공저 괴담이 눈덩이처럼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모리(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2000∼2001년 재임) 씨가 유령의 일부를 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령의 ‘일부’가 어디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웃으며 “(귀신은) 다리가 없다고 들었는데 모리 전 총리가 본 것은 다리 부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는 도시전설(괴담)일 뿐”이라고 말해 유령 출몰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이후 5개월이 넘도록 공저에 입주하지 않고 자동차로 15분 떨어진 시부야(澁谷) 구의 자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시중에는 유령 때문이라는 소문이 확산됐고 지난달 24일에는 가가야 겐(加賀谷健) 민주당 의원이 총리공저 유령출몰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질의서를 정부에 보내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알지 못한다”고 공식 답변했다.

일본 총리공저의 유령 괴담은 뿌리가 깊다. 현재의 총리공저는 1929년에 지어져 2002년까지는 총리관저(총리의 업무 공간)로 사용됐다. 이후 대대적인 증·개축을 거쳐 2005년부터 옛 관저가 공저로 사용되고 있다. 새 관저는 공저 옆에 신축됐다. 원래 관저였던 공저에서는 1932년 청년 장교들의 반란으로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 당시 총리와 경찰관이 살해됐다. 1936년에는 역시 청년 장교들의 쿠데타로 오카다 게이스케(岡田啓介) 당시 총리의 매제이자 비서이던 마쓰오 덴조(松尾傳藏)가 살해됐다.

이후 “한밤중에 군화 소리가 들린다”는 등의 괴담이 끊이지 않으면서 역대 총리가 공저를 기피했다. 이 바람에 1968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공저를 개·보수해 입주할 때까지 32년간 비어 있었다. 사토 총리도 처음에는 자택에서 출퇴근했지만 미일 안보조약 반대 시위로 이웃 주민들이 불편을 겪자 공저로 입주했다.

사토 총리 이후로도 공저 기피 현상은 이어졌다. 증·개축에 들어가기 전인 2002년까지 총리 18명 중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 등 6명이 공저에 입주하지 않았다.

공저에 입주했던 모리 전 총리는 퇴임 직전 심야에 문고리가 달가닥 하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누구냐”고 고함을 지르자 문고리 소리가 멈추고 누군가가 복도를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경호관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1994년 입주했던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 총리의 부인은 액막이 행사를 하는 중에 “정원에 군복을 입은 사람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고 회고록에서 밝히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아베#유령괴담설#총리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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