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트로이카의 씁쓸한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日참의원 선거 ‘진 별… 뜬 별’
신당창당 오자와파 후보 전원 탈락… 간 前총리가 지원한 후보도 낙선
하토야마는 이미 작년에 정계은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와 간 나오토(菅直人) 전 일본 총리,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대표. 1996년 일본 민주당 창당의 주역이자 역사적 정권 교체를 이뤄 냈던 ‘트로이카’다. 21일 참의원 선거를 끝으로 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선거의 귀재’ ‘정치 9단’으로도 불렸던 오자와 씨가 이끄는 생활당은 이번 선거에 11명의 후보를 냈지만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오자와 씨의 정치 기반인 이와테(巖手) 현에서 오자와 씨의 전폭적 후원을 받은 세키네 도시노부(關根敏伸) 후보조차 떨어졌다. 선거 전 8명이던 생활당 소속 참의원 의원 수는 2명으로 줄었다.

오자와 씨는 지난해 7월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 생활이 제일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이 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라앉는 배와 같았던 민주당에서 뛰쳐나왔다. 그의 도움으로 2009년 민주당 의원 배지를 단 의원을 중심으로 49명(중의원 37명, 참의원 12명)이 오자와 씨의 신당에 합류했다.

오자와 씨는 창당한 지 하루 된 일본미래당과 합당한 후 지난해 12월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를 막후에서 지휘했다. 중의원 선거 직전 일본미래당의 의원은 61명이었지만 선거 후 9명으로 줄었다. 올해 1월 오자와 씨는 정당 이름을 일본미래당에서 생활당으로 바꾸고 “올여름 참의원 선거가 진짜 승부”라며 의욕을 다졌지만 또다시 참패했다. 정계에서 “오자와 씨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간 전 총리는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원전 반대를 외치면서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를 지원해 당 지도부와 마찰을 겪었다. 간 전 총리가 지원한 오카와라 마사코(大河原雅子·여) 후보는 도쿄(東京) 도에서 낙선했다. 총리를 지낸 중견 정치인인 간 전 총리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간 정권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늑장 대응으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국가적 비상 상황이었지만 야당은 내각불신임안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간 전 총리를 흔들었다. 결국 그는 취임한 지 14개월 만인 2011년 8월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의 정치 인생도 사실상 저물었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비례대표로 의원 배지를 달긴 했지만 그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이미 식어 있었다.

1996년 민주당 창당 멤버인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중의원 선거를 약 1개월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중의원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아 트로이카 중 가장 먼저 정계를 떠났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의 소비세 증세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에 반대한 그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같은 길을 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민주당#트로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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