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6년! 아베, 장기집권 청사진 띄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6년 장기 정권 구축에 나섰다. 평화헌법 개정 등 우경화 과제도 이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주변에 “헌법 개정은 1, 2년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6년 정도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6년 집권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이른바 ‘2013 체제’ 가동이다.

지난해 3년 임기의 당 총재에 오른 아베 총리의 총재 임기 만료 시기는 2015년 9월이다. 총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총리로서 6년 임기를 보장받을 가능성이 크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자동 취임한다. 이듬해 중·참의원 선거에서도 승산은 충분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찌감치 당내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파벌에서 자유로운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각종 연구회를 결성하고 있다. 자민당의 중·참의원 초선 의원은 180명으로 최대 세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초선 의원들과 회합을 거듭하면서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면 (초선 의원의) 재선은 없다”며 아베 지지를 압박하고 있다.

6년 집권 청사진에 맞춰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무기 수출 등 손쉬운 과제 이행에 바로 착수해 성과를 올릴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다음 달 전문가 간담회를 재가동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고 전했다. 이 간담회는 아베 1차 정권 때인 2007년 설치돼 보고서를 냈으나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진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타국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은 아베 정권이 분쟁 당사국 등에 무기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한 무기수출금지 3원칙도 전면 재검토한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은 26일 발표할 ‘신방위대강’ 중간보고에서 3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냉전 때 공산권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원칙이 현재 실정과 맞지 않으며 일본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침없어 보이는 아베 총리의 최대 적은 ‘시장’이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지지율은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당내 라이벌의 아베 끌어내리기도 본격화할 수 있다. 아베 총리가 가을 임시국회를 ‘성장전략 실행국회’로 규정하고 당분간 경제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첫 관문은 10월에 결정해야 하는 소비세 인상 여부다. 올리자니 모처럼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안 올리자니 국제신용등급 강등과 일본 국채 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아베노믹스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濱田宏一) 내각관방참여(자문역)는 소비세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가을 임시국회에 내놓기로 한 성장전략 2탄도 복병이다. ‘설비투자 감세’가 핵심 전략으로 거론되지만 별 효과가 없던 역대 정권의 단골 메뉴일 뿐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10년 이상 성장전략을 찾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급하게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교도통신이 참의원 선거 직후인 22, 23일 실시한 전국 전화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56.2%로 조사돼 6월(68.0%)보다 11.8%포인트 급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1.7%로 6월(16.3%)보다 거의 배로 늘어났다. 사도 아키히로(佐道明廣) 주쿄(中京)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까지 자민당이 압승하자 일당 독주를 경계한 국민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차세대 리더인 호소노 고시(細野豪志·41) 간사장은 23일 참의원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다음 달 말 간사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당 대표가 만류했지만 사의를 꺾지 못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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