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재해지역 빈집털이” 日 유언비어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일 17시 49분


사진=日 히로시마 산사태 현장…히로시마=AP 뉴시스
사진=日 히로시마 산사태 현장…히로시마=AP 뉴시스
7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일본 히로시마 산사태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빈집을 털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도쿄신문은 "히로시마 산사태 지역에서 잇달아 발생한 '빈집털이'가 재일 한인들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가 일본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산사태 이후 피해지역에 빈집털이가 횡행하자 인터넷과 SNS 상에는 "화재현장 털기는 조선인과 중국인의 전통 같은 것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재일조선인뿐이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도쿄신문이 자사 기자를 피해지역에 보내 확인한 결과 근거가 없는 내용임이 밝혀졌다. 도쿄신문은 "현지 주민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물어봤으나 '외국인이 빈집을 털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히로시마 경찰도 "빈집털이 피해는 6건이 신고됐지만 이와 관련해 외국인을 체포했거나 외국인이 범행에 관여한 증거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결국 근거 없는 유언비어 때문에 히로시마에 거주하는 6000여 명의 한인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도쿄신문은 91년 전 발생한 간토 대지진 유언비어 사건을 상기하며, 혐한(한국인을 혐오한다는 의미) 시위와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시사했다.

간토대지진(1923년 9월 1일) 당시 일본군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를 확산시킨 후 6000명 이상의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했다.

도쿄신문은 "재해 시 유언비어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조선인을 죽이자'는 헤이트스피치(인종 차별 발언, 시위, 인터넷 글 등을 통칭)가 사회문제화한 현재의 일본에서는 재일 한인들이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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