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할 입장 아냐”…아베, 트럼프 反이민 정책에 ‘침묵’ 일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일 16시 25분


전 세계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7개국 국민의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일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는 의견만 반복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꼬집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주시하고 있지만 바로 코멘트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각국의 입국관리정책은 기본적으로 내정사항"이라고 답변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도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며 "난민이 생기는 상황을 근절하기 위해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신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들에 대한 국제 구호와 공조를 위한 기본적인 규범에 배치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을 소개하며 "각국 정상들은 명쾌한 의사를 표시도 하고 있는데 '침묵'으로 일관하는 총리의 자세에는 의문과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의 이같은 소극적 태도와 관련해 이달 10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고 싶지 않은 데다, 일본에서 '이민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도 아베 총리가 트럼프 비판론에 선을 긋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친밀한 인상을 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쿠시 히로시(大串博志) 정조회장은 지난달 31일 미국의 행정명령에 대해 "인권과 자유, 평등, 보편적 가치와 동떨어진 것"이라며 "세계의 리더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일본만 (발언을) 삼가는 것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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