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어제 오전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극한까지 높여 북한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소집돼 곧바로 북한 규탄 의장성명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직후 이뤄진 두 정상 간 통화에서였다.
그동안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에게서 이처럼 강경한 대북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에 대한 거듭된 실망감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이후 북-미 간에 거친 ‘말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도 “전쟁은 안 된다”며 미국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던 문 대통령이다. 하지만 북한이 또다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의 ‘극한의 대북 제재’는 당연히 중국도 겨냥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번에 빠져) 아쉽게 평가된 원유 공급 중단, 석유 금수조치 등이 이번 제재결의안 추진에 반영될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도 앞으로 북한에 가할 수 있는 제재 가운데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주로 논의했다고 한다. 결국 가장 효과적이고 북한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잠그는 조치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은 동북아 지역과 전 세계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할 뿐”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만 밝혔다. 트위터를 통해 연일 ‘화염과 분노’ ‘군사옵션 장전 완료’ 같은 거친 말을 쏟아 놓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례적으로 절제된 메시지다. 북한에 대해 마지막으로 인내를 시험하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북한은 어제도 미사일 도발의 ‘성공’을 자축하며 대대적인 선전전을 폈다. 김정은은 “태평양 군사작전의 첫걸음”이니, “괌을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니 하는 기고만장한 태도였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 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도발의 속도를 조절하며 미국을 떠보겠다는 속셈이지만, 과연 지금 정세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제 북한에 대한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유엔의 제재 결의에 따른 대북 조치들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가고 있다. 이번 규탄 성명에도 찬성했다. 다만 류제이 주유엔 중국 대사는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더는 머뭇거려선 안 된다. 대북 송유관을 잠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우리 정부의 강력 대응 의지도 일시적 수사(修辭)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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