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의 ‘과거사 내로남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리투아니아 순방중 나치만행 겨냥 “일본판 신들러 자랑스럽다”
위안부 반성 외면하는 태도와 대조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의 스기하라 지우네 기념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스기하라 당시 
영사대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죽음의 위기에 처한 유대인 6000여 명에게 비자를 발급해줘 ‘일본판 신들러’로 불린다. 아사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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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카우나스의 스기하라 지우네 기념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스기하라 당시 영사대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죽음의 위기에 처한 유대인 6000여 명에게 비자를 발급해줘 ‘일본판 신들러’로 불린다. 아사히신문 제공
자국이 저지른 과거사 반성에는 인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동유럽 순방 중 ‘일본판 신들러’로 불리는 자국 외교관의 기념관을 찾아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내로남불’ 장면을 연출했다.

발트해 및 동유럽 6개국을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14일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를 찾아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 전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대리의 기념관을 방문했다. 스기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7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일본 외무성의 훈령을 어기고 폴란드 출신 유대인 6000여 명에게 일본 경유 비자를 발급해 이들이 국외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1941∼1944년 나치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던 리투아니아에서는 2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아베 총리는 기념관 방문 후 기자들에게 “세계에서 스기하라 씨의 용기 있고 인도적인 행동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위안부 합의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사죄 편지를 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힌 그가 같은 2차대전 전범국인 나치 독일의 만행을 기억하는 기념관에서 이중적인 행보를 펼친 것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내로남불#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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