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中에 사전통보도 못 받아… ‘저팬 패싱’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아베 “북중회담 보도 통해 파악”
4월 17일 트럼프와 정상회담

일본 정부는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이 양측의 발표로 공식 확인되자 충격에 빠졌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데 이어 북-중 정상회담마저 일본만 모르게 진행되면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서 일본이 소외되는 이른바 ‘저팬 패싱’의 현실이 거듭 입증된 셈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대한 관심을 갖고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식은)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며 “중국 측으로부터 제대로 설명을 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의 통보나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임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베 총리는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 등 국제사회의 압력 강화를 주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며 ‘일본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에 입헌민주당 쓰지모토 기요미(辻元淸美)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모임에서 “큰 긴장 완화를 향한 움직임이 있는데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만 소외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외무성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예상 밖의 사태”라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 한국에 이어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섬으로써 압력 강화 노선을 주도해온 일본을 비핵화 교섭에서 배제해 ‘북한 페이스’로 협상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 국면에서 미국에 맞서 나름대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본 정부 안에 팽배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무성은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4월 방일을 예정하고 있다. (그때)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이 (왕 부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이 쉽게 제재 완화에 나서지 않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이날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지금까지 북한과 국제사회는 수차례 대화해 왔으나 북한 핵개발을 멈추지 못했고 국제사회가 북한에 자금을 지불한 일도 있다. 이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다음 달 17, 18일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한반도 상황과 미일 무역 불균형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측이 나서 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저팬 패싱#북중 정상회담#아베#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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