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파장이 일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10일 발매된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2020년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한국 측이 징용공(징용피해자) 판결로 압류하고 있는 (일본) 민간기업 자산의 현금화 등을 실행한다면 이쪽(일본)으로선 한국과의 무역을 재검토하고 금융제재를 단행하거나 하는 등 (대응)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가) 어떻게 하든 일본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피폐해지는 건 틀림없다”며 “그러니까 (남은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할 것이냐’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소 부총리는 ‘한국에 대한 무역·금융제재’를 언급하면서 “심한 예를 들자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으나, 내년 초 징용 피해 배상판결에 따라 압류된 일본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이 매각·현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 최고위 관료가 ‘제재’ 운운한 건 사실상 ‘협박’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피해 배상 판결 이후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도 ‘징용 관련 판결과는 무관한 안보상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해온 상황. 그러나 아소 부총리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경제제재를 거론함으로써 자국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 역시 경제보복의 일환이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아소 부총리는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의 징용피해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위배된다는 기존 일본 정부 주장을 고수했다.
특히 그는 “‘이웃나라니까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자’는 일부 논조가 있지만, 세계 속에 이웃나라와 사이가 좋은 나라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웃나라와는 이해가 부딪히기 마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미얀마도 국경을 접한 중국과는 사이가 좋지 않고, 인도네시아·베트남 등도 현안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는 “북한 문제를 비롯한 동아시아 안보환경이 엄중해지고 있지만 최대 현안은 한국과의 관계”라면서 “문제는 한국이란 국가 자체보다 국제법을 계속 무시하는 문재인 정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흔히 일중우호(日中友好)를 말하지만 ’우호‘는 단지 수단에 불과하다. 우호를 다진 결과 손해를 본다면 의미가 없고, 중요한 건 일중공익(日中公益)”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웃나라보다) 일본에 극히 중요한 건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다. 미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인물이기 때문에 일본의 외교 전략상 잘 사귀는 걸 빼놓을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 대통령 중에서도 이질적인 존재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는 묘하게 파장이 맞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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