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보복戰’ 두 노림수는…
이스라엘 “이번엔 꼭 무력화”… 하마스 “정치적 입지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가자지구 북부지역에 공습이 예고되면서 주민들의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과 시리아도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하면서 이번 사태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BBC는 14일 “가자지구 북부 주민 수천 명이 남쪽으로 대피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전날 공습 가능성을 경고하는 전단을 뿌린 여파”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유인물에 “하마스의 로켓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가자지구 북부 주민 1만7000명이 남쪽의 유엔 대피소로 피신했으며 가자지구 사망자가 172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123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 강 서안에서도 공습 반대 시위대에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 서갈릴리에서는 14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이 이어졌다. 레바논의 로켓 공격은 이번이 세 번째다. 시리아에서도 유혈충돌이 시작된 뒤 처음으로 13일 이스라엘이 관리하는 골란 고원 쪽으로 로켓포 여러 발이 날아갔다. 이스라엘은 인접국의 로켓 공격을 팔레스타인 연계단체의 소행으로 보고 반격에 나섰지만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는 이번 공격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격돌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돌의 배경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의 온건 파타당과의 통합정부 구성 뒤 위상이 높아진 하마스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로켓 공격 보복보다는 하마스만을 노린 공격이라는 얘기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대규모 보복 공습을 감행한 사실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하마스가 테러단체라는 것을 국제 사회에 각인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 홍보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 돔 덕분에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도 이스라엘인 사망자는 전무한 상황이다.
하마스도 정치적 활로를 찾겠다는 ‘노림수’가 있다. 하마스는 2007년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장악했지만 이후 이스라엘의 봉쇄작전으로 경제가 파탄 났다. 주민들의 지지도도 추락했다. 이 때문에 최근 파타와 통합정부를 구성한 것은 세가 약해진 하마스의 ‘출구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주민들이 적개심을 갖게 된 점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는 아랍 국가들의 지지 복원도 꾀하고 있다. 하마스는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을 거치면서 세력이 약화됐지만 이번 충돌을 통해 시리아 내전으로 균열이 생긴 이란과의 관계 회복은 물론이고 다른 아랍 국가들의 지지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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