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퍼거슨, 그래도 희망의 싹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약탈당한 빵집 싱글맘에 성금 답지… 흑인들이 나서 백인 가게 지키기도
‘I ♥ 퍼거슨’ 캠페인… 피해자 지원

두 아이를 둔 미국 흑인 ‘싱글맘’ 내털리 듀보즈 씨는 올해 6월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 빵집을 여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간 저축한 돈을 쏟아부었다. 행복은 잠시였다. 24일 밤 퍼거슨 시에 불어닥친 흑인 폭동의 소용돌이 속에 그녀의 ‘케이크 앤드 모어’ 가게도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그녀의 딱한 사연이 알려지고 익명의 독지가 두 명이 인터넷 모금 사이트인 ‘고 펀드 미(GoFundMe)’에 십시일반으로 돕자고 제안하면서 기적이 벌어졌다. 당초 2만 달러(약 2220만 원) 모금이 목표였지만 수천 명이 동참하면서 27일 오전 2시 현재 모금액은 20만2678달러로 불어났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찾아온 기적이었다. 듀보즈 씨의 페이스북은 미 전역에서 올린 ‘힘내라’는 성원의 글로 가득 찼다.

비무장 흑인 청년을 사살한 백인 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아비규환의 상황은 25일 새벽을 고비로 점차 진정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삶의 터전을 회복하려는 작은 몸짓들이 여기저기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로이터통신은 26일 폭동의 와중에도 백인 소유 상점을 지켜낸 흑인 친구들의 미담을 전했다. 백인 더그 머렐로 씨가 운영하는 코노코 주유소와 편의점에도 24일 밤 예외 없이 흑인 폭도들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데릭 조던 씨 등 흑인 4명은 AR-15 반자동 소총을 들고 침입자들을 쫓아냈다.

인근에 살면서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일했던 친구들은 머렐로 씨의 인격적인 대우에 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것으로 알려졌다. 머렐로 씨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가게가 몇 번이고 불에 타고 말았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퍼거슨 시 경찰서 앞에서는 2005∼2011년 시정을 편 브라이언 플레처 전 시장이 ‘아이 러브 퍼거슨(I ♥ FERGUSON)’ 로고가 찍힌 생활용품과 의류 등을 팔고 있다. 플레처 전 시장은 올해 8월 흑인 폭동 이후 실추된 시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 ‘아이 러브 퍼거슨’을 세우고 지난달 24일 가게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의 수입액 8만 달러로 폭동 피해자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최창봉 기자
#미국#퍼거슨시 흑인 폭동#퍼거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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