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퍼거슨-뉴욕 시위
공권력 남용-흑백 차별 성토 넘어… 빈곤 퇴치 등 경제적 요구 쏟아내
흑인지도층 “시위본질 희석” 우려
“퍼거슨은 어디에나 있다.” “미국의 고장 난 사회 시스템을 기소하라.”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은 한 뿌리.”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하고 그 경찰을 대배심이 불기소한 결정으로 촉발된 미주리 주 퍼거슨 시 사태와 뉴욕의 항의 시위가 경찰 공권력 남용과 흑백 차별 성토를 넘어 ‘각종 사회적 불만의 분출구’로 확산되고 있다.
6일 유에스에이투데이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들은 연방 및 주 정부를 향한 인종 문제 해결, 경찰 및 사법 시스템 개혁 요구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 빈곤 퇴치, 소득 불평등 해소 등 경제적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2011년 9월부터 2개월간 맨해튼 월가를 강타했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구호도 3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 시위를 조직했던 노동지원위원회(Labor Outreach Committee·LOC)는 5일 밤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월가에서 자유발언 행사를 열었다. 수뭄바 소부퀘 LOC 위원장은 “3년 전 심각했던 경제적 불평등과 최근 논란을 부른 사회적 불공정의 뿌리가 같다”며 “퍼거슨에서 살해당한 마이클 브라운이 절도한 것도, 뉴욕에서 목조르기를 당해 숨진 에릭 가너가 가치담배를 판 것도 경제적 불평등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퍼거슨 시위에 동참한 카를로스 로빈슨 씨(23)는 “갓난애가 있는 가장이지만 버거킹에서 시급 7달러 50센트(약 8400원)를 받으며 힘겹게 살고 있다”며 “시위대도, 나 같은 최저임금 노동자도 모두 매우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 밤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루벤 산타나 씨(36)는 ‘고장 난 시스템(A Broken System)’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애완동물을 치장하는 스타일리스트인 그는 기자에게 “미국의 경찰·사법체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제도 등 모든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미국이 이대로 가면 절망적인 ‘불임 사회’가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6일 밤에도 맨해튼 시위대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거리 행진을 하거나 대형 백화점 등에서 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다이인(die-in)’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의 구호는 “퍼거슨은 모든 곳에 있다” “미국 시스템을 기소하라” 같은 사회 전반의 개혁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흑인 지도층 일각에서 “퍼거슨 사태와 뉴욕 시위의 본질은 여전히 심각한 흑백 차별인데 다른 주의 주장이 가세하면서 그 본질이 희석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시위 구호가 최근 ‘모든 이의 생명은 소중하다’로 바뀌고 있는 것에도 “좋은 표현이지만 가장 심각한 흑인 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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