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숨진 흑인 복수 암시 글… 피살 경관은 중국-히스패닉계
오바마도 흑인단체도 비난 성명
미국 뉴욕에서 20대 흑인 남성이 순찰차에 앉아 있던 경찰 2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용의자는 백인 경찰에 의해 피살되거나 질식사한 흑인들에 대한 복수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흑인을 숨지게 한 경관들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 이후 깊어져온 흑백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와이에서 휴가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내고 “도저히 정당화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뉴욕경찰국(NYPD)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3시경 뉴욕 브루클린 베드퍼드스타이베선트 지역에서 28세 흑인 남자인 이스마일 브린즐리 씨가 경찰 순찰차에 몰래 접근해 보조운전석 창문 쪽에서 차 안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에 히스패닉계 라파엘 라모스 씨와 중국계로 알려진 류원젠 씨가 상체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았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한 명은 병원 도착 전에 이미 숨졌고 다른 한 명은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고 NYPD는 밝혔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마치 ‘처형’하듯 총을 쐈다. 경찰관들은 명백히 암살당했다”고 말했다.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출신 조직폭력배로 알려진 브린즐리 씨는 총격 직후 인근 지하철역으로 도주했다가 역사 안에서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NYPD는 밝혔다.
브린즐리 씨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백인 경찰에 목 졸려 숨진 에릭 가너와 피살된 마이클 브라운의 이름을 올리고 경찰을 돼지(pig)로 비유하면서 “그들이 우리 중 1명을 데려가면 우린 그들 중 2명을 데려오자”란 글을 남겼다.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올린 글도 “나는 늘 옳은 일을 해서 유명해지고 싶었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언론은 “브린즐리가 아랍어를 할 줄 알고 ‘압둘라’라는 중간이름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개월 전 NYPD 4명에게 손도끼를 휘둘러 2명에게 중상을 입힌 범행 같은 ‘테러’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해온 2명의 용감한 경찰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상대를 해치는 폭력과 폭언은 ‘인내심 있는 대화’와 기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흑인차별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전국행동네트워크(NAN)의 앨 샤프턴 목사도 “가너와 브라운의 이름을 빌려 경찰을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행위는 부끄러운 일이고 정의 추구에도 어긋난다”고 규탄했다.
반면 공화당 일각에선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대에 지나치게 온정적이던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상황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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