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시트 여부 12일 결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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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7일(현지 시간) “12일 열리는 유럽연합(EU) 28개국 정상회의에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8개 EU 회원국이 모두 모여 그리스 사태를 논의하는 회의는 전례 없는 일로, 이 자리에서 정상들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 여부에 대한 중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

▼ “채권단 긴축실험 실패” 큰소리 친 치프라스

유럽의회 연설… 좌파 의원들 환호

그리스, 유로기구에 자금지원 요청
“이르면 내주부터 연금-세제 개혁”


유럽 정상들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일정에 대해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8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구제금융은 그리스를 긴축정책의 실험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며 채권단을 비판했다. 그러자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쏟아졌다. 독일 출신 만프레트 베버 의원은 “다른 유럽 국가 지도자들을 모욕하지 마라”고 비판했고, ‘노(No)’라는 문구가 들어간 피켓을 든 좌파 계열 유럽 의원들은 환호를 보냈다.

그리스는 이날에도 유로안정화기구(ESM)에 3년간 돈을 더 빌려달라고 손을 또 내밀었다. 그러면서 “이르면 다음 주부터 연금 및 세제 개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1단계 조치다.

그리스와 유로그룹 재무장관들은 12일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 전까지 그리스가 제출한 자구안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슈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과정에서 진 막대한 채무 탕감이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채무 탕감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 기류가 여전히 감지된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채무 탕감을 고집하지 않고 채권 만기 연장 등 채무 재조정과 연금생활자들의 연대수당 삭감을 미루는 방향으로 협상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리스가 제출한 자구안을 유럽 정상들이 받아들일지 여부다. 아직까지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막자는 주장과 그리스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독일은 부채 탕감의 역사적 교훈을 잊고 있다”며 독일의 양보를 촉구했다.

한편 2010년 이후 프랑스는 그리스에 빌려준 돈의 대부분을 회수한 반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금액을 대폭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그리스 파산이 닥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직격탄을 맞지만 프랑스는 손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미국외교협회(CFR) 벤 스테일 국제경제 이사 등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그리스 채무 재조정에 대해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이유 중 하나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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