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지출 2년간 130억 유로 축소… 세금인상-연금삭감도 수용”
국민투표案보다 혹독한 개혁안
채권단 “상당히 현실적” 긍정반응… 서방언론 “그렉시트 차단 의지”
그리스 사태 해결의 ‘청신호’가 켜졌다. 9일(현지 시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5일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보다 더욱 혹독한 개혁안을 마련해 채권단에 보냈다. 채권국 일부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제안’(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상당히 현실적인 개혁안’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어 채권국들이 그리스 정부가 원하는 ‘채무 경감’ 카드로 호응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4용지 13쪽 분량의 그리스 정부 개혁안은 연금 삭감과 부가가치세(VAT) 체계 개편, 국방비 감축 등을 통해 향후 2년간 재정지출을 130억 유로(약 16조2500억 원)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재정 절감 규모는 지난달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큰 틀에서 합의한 개혁안(79억 유로)보다 51억 유로(약 6조3750억 원)나 늘어난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당장 이달부터 복잡한 부가가치세 체계를 간소화하고 세금을 올려 세수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연금 제도도 대폭 개선해 ‘저소득 연금수급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2019년 말까지 없앨 방침이다. 이에 따른 내년 연금 지출 절약 규모만 GDP의 1%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프라스 정부가 채권단의 2대 핵심 요구 사항인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을 사실상 모두 수용함으로써 ‘일종의 백기 투항’이란 평가마저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치프라스 총리가 이런 혹독한 개혁안을 내놓을 거였으면 왜 국민투표라는 모험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마저 보였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 서방 언론은 “치프라스 총리가 자신의 개혁안에 대한 반대급부로 채무 경감을 받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는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특히 “치프라스 총리가 항복(capitulate)한 것처럼 보이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향후 3년간 지속되는 3차 구제금융으로 535억 유로(약 66조8750억 원)를 지원받으려 한다”며 “아울러 채권단과 채권국으로 하여금 그리스가 지고 있는 막대한 빚에 대한 재조정을 논의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BBC도 3차 구제금융 지원과 채무 재조정을 고려하면 치프라스 총리가 일방적으로 항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이런 판단엔 올랑드 대통령의 막후 설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국민투표 부결 직후 치프라스 총리에게 전화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면 과감한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시해야만 한다.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편 그리스의 개혁안은 10일 그리스 의회 표결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현실성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11일에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에 제출되고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최종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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