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경제위기, 빈곤층에 더 가혹”
보조금 대폭 삭감… 미래는 더 암울
고급인재 13만명 해외로 엑소더스
‘그리스 금융 위기, 가장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을 가장 세게 덮치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그리스 사태로 인해 사회취약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도 아테네 시 케라메이코스 지역의 한 성당이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는 9일부터 극빈자들에게만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이전에는 수프 빵 파스타 고기 아이스크림 디저트 등의 음식을 무료 급식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넉넉하게 나눠줬다. 하지만 이제는 갑자기 많은 사람이 몰려들면서 수입, 고용 상태, 공과금 서류를 확인한 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이그나티오스 모스코스 신부는 “앞으로 어렵고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테네 도심이나 부유한 교외 지역에는 밤 12시가 넘도록 음주를 즐기는 부자나 관광객들이 여전히 넘쳐난다. 하지만 오모니아 광장 주변 등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동네에 가보면 누더기를 걸친 노숙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모니아 광장 주변에서 아테네 시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는 보통 하루 600∼1000명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2만 명이 됐다.
NYT는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빈곤층에 할당되는 정부 보조금은 대폭 삭감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그리스의 고학력 인재들은 해외에서 탈출구를 찾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은 10일 이들이 그리스를 등지는 일명 ‘브레인 드레인(인재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유능한 의사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인 니코스 씨는 영국으로의 ‘유턴’을 다시 준비 중이다. 그는 “그리스에서는 기본적인 의료기기나 의약품도 동나기 직전이고 병원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며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돌아왔지만 더이상 그리스에 남아 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3만 명의 석사 학위 이상의 고급 인재들이 그리스를 등졌다. 그리스에서 석사 학위 이상 고학력자의 12%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들이 그리스를 등지고 떠나려는 곳은 독일 영국 미국 등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서방선진국이다.
고급 인력을 수용할 만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창업 환경이 부실한 것도 인재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유학 후 2013년 귀국한 존 씨는 인터넷 취업정보 사이트를 개설하려던 계획을 접고 조만간 그리스를 다시 떠날 예정이다. 그는 “경제 상황뿐 아니라 복잡한 행정절차나 관료주의 때문에 창업 계획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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