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세계 각국에서 4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국경을 넘다가 숨졌다고 밝혔다. ‘치명적 여행: 이주 과정의 희생자 추적’ 보고서를 보면 올해 9월까지 숨진 난민이 4000명을 넘어섰다. 14년간 누적통계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대로라면 올해 안에 6000명 안팎의 난민이 목숨을 잃게 된다. 1998∼2013년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숨진 난민 수와 맞먹는다.
○ 지중해서 14년간 난민 2만2000명 사망
2000년 이후 지중해에서 숨진 불법난민 수는 2만2000명. 전체 사망자 4만여 명의 절반을 웃돈다. 올해 상황은 더욱 나쁘다. 올해 지중해 사망자 수는 3072명으로 지난해 사망자 700명의 4배를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전 세계 사망자 4077명의 75%를 차지했다.
‘지중해의 비극’을 대표하는 사건이 지난해와 올해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다. 2013년 10월 4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출신 난민 500여 명을 태운 밀입국선이 가라앉아 366명이 숨졌다. 그 1주기를 3주 앞둔 9월 중순 다시 두 척의 난민선이 나흘 간격으로 침몰해 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9월 10일 몰타 해안에서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이집트 수단 난민을 태운 배가 가라앉아 500여 명이 사망했다. 14일에는 리비아 북서부 타주라 해안에서 아프리카 이민자 250명을 태운 배가 침몰해 200여 명이 익사했다.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돌변한 것은 시리아와 리비아 같은 중동 국가의 장기내전과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같은 아프리카 국가의 만성 빈곤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이주자의 상당수가 무슬림이라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숨어 있다. 무슬림은 유럽의 전통적 문화에 동화되길 거부하고 이슬람문화를 고수한다. 사회통합에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빌미로 극우파가 득세하고 이주장벽을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 ‘돌아올 수 없는 강’ 리오그란데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흐르는 리오그란데 강 유역에서도 2000년 이후 사망자 수가 6000명을 훌쩍 넘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 때 국경 감시를 강화하면서 검거된 밀입국자는 감소한 대신 사망률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강을 건너다 익사하는 이들은 감소한 대신 텍사스와 애리조나 남부 사막지대로 우회하다가 혹독한 자연환경과 인신매매업자에게 희생되는 사례는 크게 늘었다.
국적도 다양해졌다. 2000∼2011년 체포된 불법입국자의 86∼98%가 멕시코인이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같은 비(非)멕시코 출신이 36%로 늘었다.
이런 상황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 밀입국자의 추방을 완화하는 이민법 개정을 추진하며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나홀로 월경’하다 체포된 중남미 미성년자가 6만3500명을 넘어서며 미국의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됐다.
이들 이주민의 대다수는 히스패닉이다. 문제는 미국 내 히스패닉 공동체 역시 영어 사용도 거부할 만큼 미국 사회에 동화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금세기 내에 미합중국이 ‘히스패닉 공화국’이 될 거라는 냉소적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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