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섬, 주민 3만명에 난민 7000명… 올들어 12만명 2014년보다 750% 급증
공원-도로서 노숙… 주민과 충돌 우려, 치프라스 “한계 넘어선 문제 직면”
그리스 에게 해의 아름다운 휴양지 섬들이 난민촌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지난 사흘 동안 에게 해의 코스, 레스보스, 히오스, 사모스 섬 근해에서 난민 1417명을 구했다고 11일 밝혔다. 에게 해의 그리스 섬들은 터키 서부 해안에서 10km 안팎으로 가까워 소형 고무보트로도 밀입국할 수 있기 때문에 터키∼그리스 섬 노선은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지중해 노선에 버금가는 유럽행 난민 경로다.
터키 해안경비대도 7∼10일 에게 해에서 그리스로 밀입국을 시도한 불법이민자 1799명을 검거했으며 밀입국 주선업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이날 에게 해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선박사고를 당한 시리아 난민 330명을 구조했다.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인 그리스의 지방정부는 난민사태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다. 특히 터키의 항구도시 보드룸에서 5km 떨어진 코스 섬은 주민이 3만 명에 불과한데 난민 7000여 명이 몰려 섬 전체가 난민촌으로 변했다. 난민촌 천막은 포화상태라 난민들은 올리브나무 밑에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야 한다. 에게 해 60개 이상의 섬을 관할하는 요르고스 하치마르코스 지사는 “난민들은 질병 시한폭탄”이라며 “간염, 말라리아, 결핵 등이 확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11일 코스 섬에서 경찰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들을 축구장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소요가 발생하자 경찰봉으로 때리고 소화기를 분사했다고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가 보도했다. 특히 코스의 한 경찰관이 난민들에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트위터에 공개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요르고스 키리치스 코스 시장은 “현재 상황이 악화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 에게 해의 주요 관광도시인 이즈미르와 보드룸 등지에서는 그리스 밀입국을 기다리는 난민들이 시내 공원은 물론이고 주요 도로에서 노숙하고 있다.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그리스 섬에는 약 12만4000명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내전 국가 난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왔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온 난민 9만4191명을 앞지른 수치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0%가 급증한 것이다. 난민들은 터키에서 그리스 섬에 오기 위해 불법 수송업자에게 500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7일 난민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내각회의에서 “그리스는 정부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매우 심각한 난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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