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이던 유럽 각국이 국경통제에 본격 나서 유럽통합과 난민정책이 중요한 갈림길에 들어섰다.
31일 오스트리아 정부는 독일로 넘어가는 국경에 신설된 5곳의 검문소 통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오전 국경 난민 1000 명가량이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의 베크샤이트와 짐바흐암 지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곳 검문소에서는 본격통제를 앞두고 전날 난민 5500여명이 몰려들었다. 독일·오스트리아 양국은 바이에른 주 남동부 베크샤이트, 노이하우스암인, 짐바흐암인, 프라이라싱, 라우펜으로 진입하는 곳에 검문소를 두고 난민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국경 지역에는 난민 1000여 명이 텐트를 치고 겨울을 날 채비를 차렸다.
오스트리아는 앞서 28일에는 슬로베니아 국경에 열흘 안에 철조망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 26개국이 비자나 입국심사 없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셍겐조약 회원국 간에 설치되는 첫 장벽이다. 헝가리도 지난 9월 솅겐조약 비(非)회원국인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150㎞에 이르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불가리아는 지난 4월 터키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현재 헝가리와 세르비아 사이의 국경에서 낀 난민 수백 명이 두 나라 모두의 입국 거부로 발이 묶인 채 오도 가도 못하는 막막한 처지가 됐다. 지난 한달간 헝가리 정부가 추방 명령을 내린 불법입국 난민은 모두 696명. 헝가리 정부는 난민들을 출발지인 세르비아로 추방 명령을 내렸지만, 세르비아 정부가 이 중 72명을 제외한 나머지 600여 명의 재입국을 거부해 이들이 국경 사이에서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유럽 국가들이 점점 높이 쌓는 장벽을 뚫기 위한 난민들의 노력도 처절하다. 31일 불가리아의 터키 접경지역인 카피탄 안드리보 국경검문소에서 어린이 58명 등 난민 130여명이이 탄 냉동트럭이 적발됐다. 경찰은 이들의 불법 밀입국을 주선한 트럭운전사를 체포했으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8월27일에는 오스트리아 동부 파른도르프의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주차된 냉동트럭에서 난민 71명이 질식한 채 발견되는 끔찍한 참사가 벌어졌다.
한편 독일은 내년에 난민 대응 비용으로만 많게는 160억 유로(20조 원)를 써야 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독일도시연합은 내년에 난민신청자가 적어도 50만 명에서 많게는 12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이미 지원하기로 결정한 예산보다 최다 55억 유로가 더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난민 예산 수요가 늘자 균형예산 목표에 매달려온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균형예산을 더는 고집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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