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영국과 프랑스를 이어주는 우정의 도버해협이 난민 공포로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인터라디오에 출연해 “9월 말 완공되는 파리의 첫 번째 공식 난민촌은 ‘북역’과 ‘샤펠가’ 근처가 될 것”이라며 “한 곳은 남성들, 다른 한 곳은 여성과 아이들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파리에 난민촌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후 처음으로 장소를 공개한 것이다. 시장은 “파리에 매일 100명 씩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에게 침대와 세면시설, 물, 취사시설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발칵 뒤집힌 건 파리가 아닌 영국이었다. 왜 하필이면 도버해협 유로터널을 거쳐 영국으로 연결되는 고속철도 ‘유로스타’의 종착지인 북역 근처에 난민촌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파리에 머물고 있는 많은 난민들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곳은 영국”이라며 “지금도 북역에서 열차를 타고 칼레를 거쳐 영국으로 향하는 많은 이들을 막기 어려운데 난민촌 건설로 전 세계 난민들이 자석에 끌리듯 파리로 몰려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프가니스탄 잘라라바드에서 온 26세 칼리프는 “지금 파리 북역 근처에 머물고 있는데 새 난민촌 소식에 너무 기쁘다”며 “영국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로스타가 지나가는 프랑스 북부지방 칼레는 영국에게는 악몽을 안겨준 곳이다. 지난해 9월 하루에 수백 명의 난민이 도버해협을 건너기 위해 유로스타 선로에 뛰어들었다. 악취와 범죄로 ‘정글’로 불리는 칼레에는 지금도 1만 명에 가까운 난민이 모여 산다.
반대로 프랑스는 칼레에 있는 난민을 영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서 2003년 양국이 맺은 ‘투케협정’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투케협정에 따라 영국 공무원들은 프랑스 북부 해협에서 영국 이민심사를 할 수 있다. 프랑스 국민들은 왜 영국으로 가려는 난민들을 우리가 수용해야 하느냐며 불만이 크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칼레 정글은 영국으로 가야 한다”며 투케협정 파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알랭 쥐페 대선 후보도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영국과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만나 칼레 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지만 동상이몽(同床異夢)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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