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의혹을 받고 있는 독일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그룹이 미국에 이어 독일 한국 등에서도 조사를 받게 되는 등 파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주가는 이틀 연속 폭락해 30% 이상 떨어졌다.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나서 22일(현지 시간) “빠르고 철저한 사태 정리를 위해 교통부 장관이 폴크스바겐 측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며 “폴크스바겐이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열쇠”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독일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등 당분간 파장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5종의 디젤차량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속이는 저감장치를 달아 미국에서 48만200대의 리콜 명령을 받은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은 22일 이번에 문제가 된 저감장치를 장착한 디젤차량이 전 세계적으로 1100만 대가량 생산됐다고 발표했다. 또 배상비용으로 65억 유로(약 8조6000억 원)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판매도 전면 중단했다.
폴크스바겐그룹은 올 상반기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12개 브랜드를 합쳐 504만 대를 판매하며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최다 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배기가스 검사를 받을 때는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주행할 때는 이를 꺼지도록 해서 6년간 소비자를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난 이번 사태의 파문은 확산 일로에 있다. 2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폴크스바겐의 주가는 전날보다 18.6% 폭락했다. 이날 하루에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140억 유로(약 18조5000억 원)에 이른다. 22일에도 폴크스바겐 주가는 18.80% 폭락(독일 현지 시간 오후 3시 15분 현재)했다.
▼ 국내 수입차 열풍에 ‘급제동’ ▼
경제적 손해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어 독일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되면서 경영진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폴크스바겐의 모든 디젤차량을 대상으로 배출가스 측정과 관련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독일 환경단체들은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고소할 움직임에 나섰고 폴크스바겐 투자자들도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이 회사에 대해 기업 범죄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자칫 이번 사태의 불똥이 ‘독일산 자동차’ 브랜드 전체에 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는 다음 달 초 미국에서 리콜 명령이 내려진 폴크스바겐 디젤차 중 국내에 수입된 4종에 대해 자체 정밀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사 대상은 문제가 된 5종의 차량 가운데 ‘유로 6’ 환경기준에 맞춰 국내 인증을 받은 ‘골프’와 ‘제타’ ‘비틀’, 아우디 ‘A3’ 등 4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교통환경연구소의 정밀검사가 끝나면 추후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법인을 기준으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수입차 업계 1위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판매하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벤틀리는 총 5만8688대가 팔렸다. 2011년 2만2883대보다 두 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특히 올해 1∼8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점유율을 합치면 31.2%다. 수입차가 대중화하면서 지난해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3만 대(3만719대)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22일 국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매장에는 “내 차도 리콜 차량에 해당하느냐”는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와 관련해 폴크스바겐과 직접 경쟁하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현대차 주가는 3.14% 오른 16만4000원, 기아차는 3.11% 오른 5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3.9%에서 올해 1∼8월 16.3%로 올랐다. 국내에 판매되는 수입차 중 80%가 독일차다. 올해 수입차 연간 판매량이 2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번 ‘폴크스바겐 스캔들’이 수입차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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