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4일(현지시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을 일으킨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폴크스바겐은 경유(디젤) 차량 60만 대에 불법적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 통제 체계를 왜곡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과다한 배출가스를 발생시켰고 이는 청정공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미국 법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 중 한 쪽이 공공복지를 심대하게 위협하는 행위를 했을 때 정부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존 크루덴 법무부 환경·천연자원국장은 “폴크스바겐의 위법 행위는 소비자 신뢰를 무너뜨렸고 공공보건을 훼손했으며 다른 경쟁업체들에 불이익을 줬다”며 “미 정부는 그에 따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폴크스바겐이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민사소송의 결과보다는 이에 따라 결정될 벌금 액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0cc 차량 49만9000대에 각 3만2500달러, 3000cc 차량 8만5000대에 각 3만7000달러 등 총 190억 달러(약 22조6100억 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론적으로 폴크스바겐이 위반한 청정공기 관련법 4건에 각각 벌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에 벌금액은 900억 달러(107조1000억 원)를 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벌금액을 180억 달러 이상으로 예상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 민사소송은 폴크스바겐의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조치 등과 병행해서 진행될 것”이라며 “법적 조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인과 당국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측도 “지금까지 폴크스바겐과 리콜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 협상도 이 소송과 병행해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 소송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연방지법에 제기됐지만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미국 내 집단소송이 진행될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으로 곧 병합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 측은 성명을 내고 “미 관계기관의 조사와 소송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환경부는 미국 정부와 달리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이미 폭스바겐코리아에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추가로 징계를 하는 것은 어렵다”며 “미국과 한국은 법체계가 달라 미국 정부의 소송 제기 여부가 한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 구형 EA189엔진 탑재 차량의 판매 정지 및 리콜 명령과 함께 141억 원의 과징금을 폭스바겐코리아에 부과했다.
이와 관련 폭스바겐코리아는 “미국 소송 건에 대해선 독일 본사로부터 연락 받은 내용이 없어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2009~2015년 배출가스 검사를 받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때는 꺼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작된 경유 차량 수십 만 대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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