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에 이어 닛산과 BMW, 포르셰도 배출가스·소음 인증 성적서를 부실하게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총 6개 차종에 대해 판매 정지 처분이 예고됐다. 정부는 닛산과 포르셰는 사실상 조작으로 보고 있고, BMW도 고의성 유무를 따질 계획이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인증서류 위조를 적발한 8월 이후 국내 15개 수입사 전체를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한 결과, BMW 등 3개 업체에서 총 10개 차종(판매 중 6개 차종, 단종 4개 차종)에 대해 성적서 오류를 발견했다고 29일 밝혔다. 환경부는 이날 해당 업체에 청문 실시 계획을 알렸고 청문 절차를 거친 뒤 내달 중순쯤 행정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청문 절차에서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차종에 대해서는 인증 취소 조치를 하며 판매 중인 차종에 대해선 판매 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이미 판매된 4349대에 대해서는 판매 금액의 3%인 64억9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정부는 업체가 청문에서 고의성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기환경보전법상 인증서류 위조로 보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 한국법인이 차량 출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이후, 환경부는 이런 조작이 수입차 업계의 관행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올 8월부터 이달 말까지 수입차 인증성적서를 전수 조사했다.
이 기간에 포르셰의 한국법인은 인증서류 오류를 환경부와 검찰에 자진 신고했다. BMW ‘X5M’ 차종의 경우 ‘X6M’ 시험성적서가 일부 포함됐다. 닛산의 ‘인피니티Q50’ 차종은 벤츠사의 시험성적서를, ‘캐시카이’ 차종은 르노사의 시험성적서를 변경해 인증서류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의 조사 기간 중 한때 국내에 수입차를 들여오는 15개 사 중 혼다, 도요타, GM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서류 보완을 요청받으면서 업계가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벤츠 등은 추가 해명을 요구받기도 했지만 최종 처분 대상에선 빠졌다. 환경부는 “적발된 업체는 해당 차종이 아닌 차량의 인증서류를 변경해 제출한 것과 달리 이외의 업체는 차종에 대한 시험성적서는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로 폴크스바겐 사태로 떨어진 수입 차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다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6∼9월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7만1875대로 지난해 8만3563대에 비해 14%가량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달 들어서야 2만612대를 팔면서 간신히 회복세로 돌아선 상황이어서 수입차 업계는 이번 인증서류 조작 사건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아우디, 폴스크바겐에 이어 포르셰까지 조작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폴크스바겐그룹 계열사 전체의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자체 조사에서 먼저 서류상 오류를 발견해 환경부에 보고했으며 향후 환경부가 제시하는 절차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도 닛산 적발 소식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문제가 된 모델은 이미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향후 환경부 청문 절차 등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BMW가 적발돼 독일 차 전반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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