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공포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엄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원하는 게 바로 ‘우리의 두려움’이다. 평상시처럼 생활하라”고 촉구했지만 미국 곳곳에서 작은 이상 징후에도 시민들의 민감한 반응이 속출하고 있다.
뉴욕은 16일부터 테러진압 특수경찰이 주요 건물과 관광 명소 주변에 배치되면서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맨해튼과 스태튼아일랜드를 오가는 출퇴근용 페리의 경호경비 수위도 높아졌다. 편도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 페리는 출퇴근 시간엔 수천 명이 이용하기 때문에 테러의 목표가 되기 쉽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윌리엄 브래턴 뉴욕 경찰국장은 이날 특수경찰 투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파리 테러는 시민들이 일상을 즐기는 축구장 영화관 카페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벌어졌다. 그런 (오락) 장소들이 밀집된 뉴욕 시는 IS의 다음 (테러) 목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경고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테러 위협은 뉴욕 시가 직면한 새로운 현실이다. 언제, 어디서나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뉴욕시민 모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IS가 다음 타깃으로 지명한 도시 중 하나인 워싱턴도 경계수위를 크게 높였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 주위에서는 경찰견을 동반한 경찰들이 24시간 순찰하며 테러에 대비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경찰들이 안전을 이유로 수시로 주요 도로를 부분 또는 전면 차단해 출퇴근시간 교통체증에 시달린 시민의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파리 테러 후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미국 주정부도 속출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을 계속 수용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주민 안전을 위해 주정부 차원에서 난민을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16일까지 시리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주는 미시간 앨라배마 텍사스 아칸소 일리노이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매사추세츠 애리조나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뉴햄프셔 플로리다 메인 주 등 미국 50개 주의 절반이 넘는 26개 주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동참하는 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대부분의 주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강경하게 반대하는 공화당이 집권한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난민 면전에서 문을 닫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주지사들은 “시민들이 난민을 가장한 IS 테러범 유입을 우려한다”면서 난민 수용 중단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테러 위협으로 학교가 폐쇄되고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폭파 위협으로 하버드대에서 긴급 대피 소동이 벌어졌으며 메릴랜드 주 체스터타운의 워싱턴칼리지도 이날 학교를 임시 폐쇄했다.
프랑스 미국 등 서방세계의 IS 응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군은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전날에 이어 이틀째 시리아 락까 공습을 단행해 IS 지휘본부와 훈련센터 등 2곳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고 선언한 직후에 이뤄졌다. 미국 국방부와의 사전 조율을 거쳐 15일 첫 보복 공습을 가한 프랑스는 이날도 미군과 협력해 작전을 벌였다.
미 해군은 이날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해리트루먼(CVN-75)과 항모전단 소속 군함들을 대서양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은 “정상적으로 예정된 배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 언론들은 “파리 테러 여파에 따른 미 본토 경계 강화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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