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이 벨기에 브뤼셀에 숨어 지내며 새로운 테러를 모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디디에 렝데르 벨기에 외교장관은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보안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 “압데슬람이 추가 테러를 계획했고 실제로 실행할 수도 있었다고 수사당국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압데슬람의 은신처에서 중화기를 비롯한 다량의 무기를 발견했고 브뤼셀에서 압데슬람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테러 네트워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수사당국은 또 파리 테러에 연루된 인물이 최소 30명이며 이 중 또 다른 핵심 용의자 2명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렝데르 장관은 영국 가디언에 “파리 테러에 관여한 ‘테러범 조직망’ 규모가 예상보다 크다”고 말했다. 당국이 쫓고 있는 모로코계 벨기에인 모하메드 아브리니(32)는 파리 테러 직전 압데슬람과 테러 현장에서 자폭한 압데슬람의 형제 브라힘을 차에 태우고 프랑스와 벨기에를 두 차례 오갔으며 파리 테러범들에게 은신처를 물색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파리 테러의 총책으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자신을 “90명의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특공대)의 사령관”이라고 말했다고 프랑스 대테러 당국이 내무장관에게 전달한 55쪽짜리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일회용으로 사용한 뒤 수시로 버리는 방법을 썼다. 특히 이들은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휴대전화로 이메일 송수신이나 채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파리 테러를 지원한 방대한 규모의 네트워크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6개국에서 18명이 테러리스트들을 도운 혐의로 붙잡혔다. 이들은 국제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유럽은 물론 중동을 거의 자유롭게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8일 벨기에 몰렌베이크에서 압데슬람과 함께 검거된 공범도 위조된 시리아 여권으로 난민을 가장해 유럽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범은 지난해 9월 20일 그리스 레로스 섬을 통해 유럽에 들어왔으며 ‘모니르 아흐메드 알아즈’라는 이름으로 된 가짜 시리아 여권과 ‘아민 초크리’ 명의로 된 벨기에 위조 신분증을 지니고 있었다.
약 4개월간의 도피 끝에 벨기에에서 체포된 압데슬람은 프랑스로의 송환을 피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압데슬람의 변호인인 스벤 마리는 “압데슬람은 현재 벨기에 수사당국에 협조하고 있다. 프랑스로 송환될 이유가 없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