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파로 미국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떠날 준비에 착수했다고 25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영국이 그동안 누리던 유럽연합(EU) 관문으로서의 매력이 브렉시트로 없어졌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형은행 6곳은 이미 세계 금융허브인 런던을 빠져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수만 명을 고용한 이 은행들은 런던의 업무를 더블린(아일랜드) 파리(프랑스) 프랑크푸르트(독일) 등으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
런던의 금융 중심 특별행정구역인 시티오브런던에는 약 36만 명이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브렉시트 여파로 최대 4만 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경제전문지 포천은 분석했다.
금융권의 탈영국 움직임은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그는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제 영국 금융기관들의 ‘패스포팅(passporting)’ 권리는 끝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U의 패스포팅 규정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회원국 한 곳에서만 금융업 허가를 받으면 유럽 전역에서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영국은 더이상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제조업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포드와 닛산, 도요타 등 영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자동차회사들도 영국을 이탈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브렉시트 결정이 나온 24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며 자동차회사로는 처음으로 영국 내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영국에 1만4000명이 근무하는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닛산과 도요타도 EU 내 새 거점을 마련하는 등 유럽지역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항공기 제조기업인 에어버스는 영국 웨일스에 있는 생산공장을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중장비회사 캐터필러도 거점을 옮길 계획이다. 캐터필러는 영국에서 9000명을 고용해 16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생산품 대부분은 영국이 아닌 다른 유럽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기업 캡제미니의 닉 길 자동차 전문가는 FT 인터뷰에서 “제조업체라면 안정적인 화폐와 더 큰 시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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