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기업, 엔화 강세로 가격경쟁력 올라…다른 업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7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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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쏠리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강세가 지속됐던 엔화 가치는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약세를 보여 왔다. 브렉시트 개표 전까지 105엔 대를 넘나들던 엔-달러 환율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100엔 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국내 산업계는 엔화 강세 현상이 발생하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은 엔화 강세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종은 수혜 전망

엔화 강세 수혜 업종은 자동차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 지수는 2007년 45.0에서 2014년 48.3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경합도란 양국의 수출상품구조의 유사성 정도를 계량화 한 것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경합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종 수출경합도지수는 69로 전체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엔화 강세 시대에 일본기업 중 자동차 등 운수장비 산업이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글로벌 기업 대비 수익성이 가장 악화된 업종은 운수장비로 업종 평균보다 6.4% 하락했다. 화학(―4.3%), 전기전자(―2.6%)가 뒤를 이었다.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기대감이 반영돼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자동차 관련 주는 일제히 동반 상승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 되면서 해외에서 일본 자동차와 경쟁할 때 불리했던 면이 있었다”며 “엔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본차 대비 가격 경쟁력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에 납품을 하려다가 엔화 약세 현상 때문에 포기한 중소 부품업체들이 많다”며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 브렉시트 이후 경기 둔화 가능성은 악재

자동차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은 브렉시트가 촉발할 수 있는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수요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심혜정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지역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우려가 있어 유럽으로 나갈 조선 물량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 두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는 엔화 환율보다는 달러 환율이 수익성이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엔화 강세를 호재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료 구매는 달러를 기반으로 계약하는데 달러 가치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증대 효과를 보려면 세계 경제가 침체기로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류승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과 경합하는 품목의 경우에는 엔화 강세 수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경우 엔고 수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과거에 비해서 엔화 환율이 국내 산업계에 주는 영향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대된 상황에서 엔화 강세 현상이 큰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clue@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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