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 휩싸인 세계 경제가 27∼29일 포르투갈의 유명 휴양지 신트라에서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포럼을 주목하고 있다. 29일 마지막 토론 시간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70)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69),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51)가 한자리에 모인다.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26일 “세 사람 모두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해왔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만큼 ECB포럼에서 공감대를 형성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 핵심 중앙은행 수장(首長)들에겐 브렉시트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특히 기준금리와 관련해 어떤 계획을 내놓을지가 큰 관심사”라고 보도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카니 총재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가 전했다. 그는 브렉시트 찬반 캠페인 초반엔 “정치적 사안이므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중립을 지키다가 지난달부터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성장이 둔화하고 자본 유출로 파운드화가 급락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랬던 만큼 BOE가 브렉시트 결정 당일 2500억 파운드(약 405조 원)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푼 데 이어 추가로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금리도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CNBC가 전했다. 특히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영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BOE는 7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태로 가고 8월에 양적완화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기업에 악영향을 미쳐 영국 내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하고 투자가 연기되며 무역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영국 경제는 2년 안에 기술적 경기 침체(전 분기 대비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 언론들은 “옐런 의장이 29일 ECB포럼에서 ‘올해 안에는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암시를 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도는 브렉시트에 따른 달러 강세 때문에 상당 기간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强)달러가 미국의 수출과 물가,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최근 2년간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도 이를 감안해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켓워치는 “드라기 총재는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3인 회동에 큰 기대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인터넷전문 은행 찰스슈워브의 제프 클라인톱 수석투자전략가는 “현재 주식시장의 충격은 중앙은행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브렉시트 쇼크는 정치적인 문제와 더 관련이 있으므로 정치인들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니 총재는 브렉시트에 따른 시장 혼란 때문에 ECB포럼에 불참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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