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쇼크] 국민투표때 ‘탈퇴 지지율’ 최고
닛산, 英 최대 자동차공장 운영…브렉시트 이후 철수 움직임
7000여명 일자리 사라질 판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지역별 최고의 찬성률(61.3%)로 탈퇴를 지지했던 잉글랜드 북동부 공업도시 선덜랜드. 원했던 ‘EU 탈퇴’를 손에 쥐었지만 개표 후 일주일도 안 돼 주민들 사이에서 후회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일본 자동차회사 닛산이 브렉시트로 인해 선덜랜드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닛산은 선덜랜드에 영국 최대 규모의 자동차 생산 공장을 두고 생산 차량(연간 47만6589대)의 55%를 EU 회원국들에 수출하고 있다. 닛산이 38억5000만 파운드(약 5조9721억 원)를 투자한 이 공장은 7000여 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닛산이 철수할 경우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선덜랜드 주민들은 브렉시트가 가결되더라도 닛산이 철수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탈퇴 쪽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영국이 EU를 탈퇴한다면 다른 EU 회원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불가능해 닛산으로선 영국 철수 또는 대규모 인원 감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닛산 공장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스티븐 씨는 “안 그래도 정리해고의 두려움에 떨고 있던 공장 인부들 사이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워졌다”며 “지난 국민투표에서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결정을 후회하는 이른바 ‘리그렉시트(Regrexit)’ 여론이 영국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후회(Regret)’와 ‘브렉시트(Brexit)’를 합친 신조어다. 특히 청년층에서 후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데 노년층이 우리의 미래를 함부로 결정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위대의 맹렬한 분노는 정치인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EU 탈퇴 캠페인을 이끈 정치인들이 국민투표 이후 말 바꾸기를 하면서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앨릭스 샐먼드 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제1장관은 28일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 때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670쪽짜리 공약집을 준비했다”며 “그런데 브렉시트 진영은 국민투표 후 어떤 계획도 없이 정쟁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유럽 금융의 허브인 ‘시티오브런던’에 본사를 둔 은행과 투자회사들은 엑소더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엔 영국 내 금융사들이 예전처럼 EU 국가 고객들에게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팔 수 있는 권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EU 정상회의가 열린 브뤼셀에서 “영국은 앞으로 유로화 거래 청산(clearing)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머니는 28일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파리, 더블린, 베를린, 암스테르담, 에든버러 등 EU 역내 7개 도시가 새로운 세계 금융 허브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투자 전망도 깜깜하다. 영국의 관리자협회가 최근 회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브렉시트 때문에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응답자의 4분의 1은 영국에서 신규 고용을 중단하겠다고 답했고, 22%는 일부 사업을 영국 이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27, 28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3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영국이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29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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